시카고 컵스의 임창용이 빅리그 불펜진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국, 미국, 일본의 야구인들 모두 그의 빅리그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8월 1일 <일요신문>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시카고 컵스 관계자는 임창용을 가리켜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공을 던지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임창용의 컵스 입단에 깊숙이 관여했던 이 관계자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동하던 임창용을 보며 반드시 빅리그에서도 통할 투수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 느낌이 지금은 확신으로 변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사실 임창용의 컵스 입단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컵스는 임창용의 한국과 일본 시절의 성적을 보고 큰 관심을 나타냈지만, 정작 그의 영입을 결정할 땐 고민을 거듭했다. 37세의 나이와 팔꿈치 부상 경력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테오 엡스타인 컵스 사장이 “일본에서 시즌 평균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라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며 “어깨도 아니고 팔꿈치라면 충분히 재활을 통해 재기할 수 있다”는 말로 임창용 영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컵스는 지난 1월 임창용과 계약기간 ‘1+1년’에 최대 500만 달러(약 54억 원)에 스플릿계약(마이너리그에 있을 때와 빅리그에 올라갈 때 연봉이 다른 계약)을 맺었다.
임창용은 컵스 외에도 텍사스 레인저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텍사스 같은 팀은 컵스가 제시한 금액보다 2배나 많은 몸값을 제시했고, 놀란 라이언 전 구단 사장이 임창용과 그의 에이전트 박유현 아이안스 대표를 홈구장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며 “우리 팀에 꼭 오라”고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그런데도 임창용이 컵스를 선택한 덴 이유가 있었다. 임창용은 “아무리 좋은 공을 던져도 빅리그에서 투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가뜩이나 나처럼 나이 많은 투수는 마이너리그에서 허송세월을 보낼 시간이 없다. 따라서 불펜진이 괜찮은 텍사스보단 상대적으로 약한 컵스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에 용이하고, 등판 기회도 자주 보장되리라 예상했다”며 컵스 입단 배경을 설명했다.
임창용의 마이너리그 투구 내용을 분석했을 때 그의 빅리그 성공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임창용은 마이너리그 12경기에 등판해 14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1.93을 기록 중이다. 볼넷은 고작 3개인데 반해 탈삼진은 무려 15개나 된다. 속구 구속도 뛰어나 시속 95마일(153㎞)의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되레 공 끝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은 일본에서 뛸 때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미국 야구계는 임창용의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미국 스포츠웹사이트 ‘더스포츠뱅크’의 제레미 해리스 기자는 “한국과 일본에서 압도적인 마무리로 활약한 임창용은 컵스의 재활 시스템을 통해 90마일대 초반의 속구 구속을 회복했다”며 “트레이드로 데려온 유망주들보다 임창용이 더 이상적인 선수가 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본 야구계도 임창용의 빅리그 성공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 야구 칼럼니스트 하세가와 쇼이치는 “임창용은 일본에서 128세이브, 평균자책 2.08를 기록한 최상급 마무리였다”며 “그의 변칙 투구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그리고 뛰어난 제구가 미국에서도 통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세가와는 200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마무리로 뛰었던 다카쓰 신고와 임창용을 비교하며 흥미로운 말을 들려줬다.
“다카쓰가 일본에서 286세이브를 기록하고, 36세의 늦은 나이에 미국행을 선언했을 때 일본야구계는 ‘실패할 게 뻔하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좌타자가 많은 메이저리그에서 사이드암인 다카쓰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예상도 많았다. 그러나 다카쓰는 화이트삭스에서 24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2시즌 동안 8승 6패 27세이브 평균자책 3.38의 특급활약을 펼쳤다. 당시 다카쓰보다 임창용의 속구 구위가 뛰어나고, 몸 상태가 완벽하다는 걸 고려하면 다카쓰 이상의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본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대표팀 투수코치로 임창용을 지도했던 양상문 MBC SPORTS+ 해설위원은 “임창용의 몸이 원체 유연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해 빅리그에서도 부상 없이 롱런할 게 틀림없다”고 예상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마무리 부재…임이 절실해
임창용의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8월 1일 기준 컵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49승 58패 승률 4할5푼8리로 4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구 1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는 16경기차, 와일드카드 1위 팀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도 10경기 차다. 사실상 포스트 시즌 진출은 물 건너간 상황.
미국 야구계는 컵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허약한 마운드를 꼽는다. 올 시즌 컵스 팀 평균자책은 3.91로 내셔널리그 15개 팀 가운데 10위다. 불펜진 평균자책은 이보다 못한 3.93으로 리그 14위. 특히나 컵스는 마무리 부재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블론세이브만 봐도 알 수 있다. 컵스 불펜진은 107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려 22개의 블론세이브를 합작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통틀어 부동의 1위다. 5블론세이브의 뉴욕 양키스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당연히 세이브 성공률도 낮아 고작 5할5푼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애초 컵스 마무리는 카를로스 마몰이었다. 그러나 제구가 흔들리며 마무리에서 제외됐고, 일본인 투수 후지카와 규지가 마몰의 대역을 맡았으나 갑작스러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현재는 베테랑 불펜투수 케빈 그렉이 뒷문을 담당하나 22세이브, 4블론세이브로 팀에 큰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렉 앞에서 7, 8회를 막을 수 있는 특급 셋업맨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컵스가 미국 야구 경험이 채 두 달도 되지 않는 임창용을 서둘러 빅리그로 올린 것도 불펜진의 붕괴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