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의원은 친노 진영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들 진영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난 새누리당이 NLL 정쟁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최고위원회의 내에서 줄곧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반대를 주장했다. 양 정상 간 얘기를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될뿐더러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런데 문재인 의원은 그 당시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 아니었나. 사실상 책임져야할 당사자였다. 그분은 대화록이 공개되지 않도록 지켰어야 한다.”
―문재인 의원에게 ‘책임’을 강조했는데,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것 아닌가.
“그쯤 말했으면,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다. 뭐 새누리당의 전략에 우리가 완전히 말렸다. 민주당이 수세로 몰리게 한 책임은 분명히 있다. 더군다나 공개를 주장했던 분이 사초 사태 이후 다시 덮자 하니 국민들에게 무책임한 모습 아닌가. 문재인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의원직 사퇴하고 대선에 올인하라’는 주변의 요구에 뭐라 답했는지 아나. 사상구 주민들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퇴할 수 없다고 했다.
주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그런데 이번 NLL 정국에선 ‘포기발언 사실이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했다. 그거 사상 주민에게 물어 본 사안인가? 아니다.”
―국정원 국정조사 여야 합의가 참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몇몇 언론을 통해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가 민주당 당론’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 몇몇 강경파 의원들은 그렇게 주장했다. 하지만 이게 실제론 당론이 아니란 얘기도 있다. 국민들 보기에 참 헛갈린다.
“당론으로 정해졌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사실과 다른 내용 일부가 언론으로 흘러나간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조 위원들은 공개를 주장했지만 지도부 입장, 원내 사령탑 입장은 일부 비공개를 수용하더라도 국조가 파행으로 가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지금 일부 강경한 최고위원 중에는 이 판 자체를 깨고 당장 거리로 나가자는 분도 있다. 문제다.”
―장외투쟁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인가(이날 인터뷰 직후 김한길 지도부는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시절, 앞으로 민주당은 장외투쟁 안한다고 강조하지 않았나. 약속 지켜야 한다. 비대위도 지도부다. 현 지도부는 그 연장선이다. 장외투쟁에 대해선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만 새누리당도 증인 출석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선 대승적으로 통 크게 양보해야 한다.
실제로 정쟁의 원인을 제공한 건 새누리당 아닌가. 그들의 진실성 결여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정원 댓글과는 무관한 여직원 감금 문제 때문에 새누리당은 김현, 진선미 의원 출석을 요구하는데 국민 보기에 참 생뚱맞다.”
조경태 의원은 NLL 정국을 주도한 문재인 의원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난 기본적으로 어떤 계파에도 속한 적 없다. 현실적으로 계파가 없을 순 없지만, 계파가 패권화하면 안 된다. 자신의 말만 무조건 옳고 상대 이야기는 안 듣고, 자신이 털리면 용서하고 상대가 털리면 용서 못하고. 또 무조건 자기들만 주도해야 하고. 이것이 패권이다. 당내 이런 세력이 있다면 당장 청산해야 한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친노 진영을 직접 지칭하진 않았지만,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이들 진영 대한 작심 비판이 이어졌다.
“오죽했으면 내가 최근 당내 이상한 기류 때문에 포털에 올라와 있는 민주주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어떤 생각, 주장을 자유롭게 토론, 토의할 수 있는 문화를 의미하더라. 그것이 민주정치이고.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민주당은 이러한 수용이 잘 안 된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외치면 모순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상대방에게 관대하라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우원식 최고위원과의 충돌도 있었지만, 그 분이 최근 남양유업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에 대해선 칭찬도 했다. 칭찬할 것은 여야 가리지 않고 해야 한다.”
―여야 협의 과정에서 범친노계인 박범계 의원이 돌연 녹취파일을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 의사와 무관한 이러한 친노 인사들의 독자행보에 대해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그것도 그렇고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 이해찬 전 대표가 대통령을 두고 ‘당신’이라는 막말을 한 것. 이유가 어찌됐건 당 안팎에서 민주당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이 결국 ‘당 지도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낳고 있다. 어찌됐건 김한길 대표는 당원과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당 대표가 됐다. 정파적 이해관계가 다르더라도 그 분들은 당 대표를 인식하고 권위를 세워줘야 한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당 지도부 흔들려고 하는 세력들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없길 바라지만, 당 지도부는 있다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외부에선 조 최고의원의 최근 직선적 행보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 부산시장 출마의 포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벌써 부산이라는 야권의 불모지에서 3선을 했다. 그것도 최연소다. 또 야권에서 부산 출신 최고위원이 나온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고맙다. 난 그저 최고위원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 나 이외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