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마음 편히 꽤 짭짤한 매상을 올릴 수 있기 때문. 단속은 거의 없는 반면 호스트 바를 찾는 20~40대 여자 손님들이 서울 못지 않게 많다는 얘기다. 일부 도시에선 오히려 ‘선수(남성접대부)’가 부족해 손님들이 발길을 돌려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업소 주인마다 ‘선수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에서 ‘유능한 선수들’을 ‘모셔오기’ 위해 파격적인 대우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지방의 뭇 남편들이 호스트바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원래 호스트바의 주 무대는 ‘물 좋은 곳’으로 정평 난 서울 청담동과 방배동, 역삼동 등 강남 일대였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경찰이 호스트영업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면서 강남 호스트바의 수난시대가 시작됐다. 게다가 서울에서 신장개업하는 업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업계의 ‘밥그릇 전쟁’도 치열해졌다.
이러던 참에 ‘선구자’처럼 지방 출정에 나섰던 호스트 업소들이 ‘잘나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 호스트바들이 너도나도 지방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단속도 피하고 돈도 벌어보자’는 속셈으로 지방 도시로 ‘엑소더스(대탈출)’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한 호스트바 업주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 일산, 충북 청주, 강원도 속초 원주, 전남 여수, 경남 김해, 경북 안동 등 전국 각지로 이삿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찌감치 지방으로 원정 가서 자리 잡은 호스트바 업주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이들 업소들이 ‘엑소더스’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상당수 지방 호스트바 업주들은 “손님은 줄을 섰는데 ‘선수’가 없어 장사를 못할 정도”라고 말한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지방에서도 호스트바의 주요 손님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밤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 하지만 손님 가운데엔 지방 대학으로 유학온 여대생과 현지의 미시족들도 적잖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호스트바가 어떤 곳인지 호기심이 발동한 지방 아줌마 부대가 단체로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경남 마산의 한 업소에서 일하는 호스트 K씨(23)는 “여기도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이 많다보니 밤에 일 끝내고 스트레스 풀러 오는 (여자) 손님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들이 문 닫는 새벽 2시부터 6시까지가 호스트바에 가장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이라고. K씨는 “우리 가게는 선수가 12명에 룸이 8개인데 거의 매일 손님들로 꽉 찬다”며 “어떨 때는 선수가 부족해 손님이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지방 호스트바 업주들은 이처럼 손님은 많은데 선수들이 부족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업주와는 달리 선수 대부분은 ‘서울 등판’을 원하기 때문이다. 호스트세계에서 지방 업소에서 일하면 ‘한물간 선수’로 취급받기 십상이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에선 ‘선수 기근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지방 업소마다 ‘우수 선수 초빙’에 혈안이 돼 있는 상태. 물론 여자 손님들에게 인기 있는 ‘에이스급 선수’에겐 숙소 등 온갖 혜택이 제공된다.
하지만 지방마다 호스트바가 들어서면서 ‘선수 품귀 현상’이 빚어져 B급 선수도 구하기 힘들다는 게 호스트바 업주들의 얘기다. 전북 정읍에서 업소를 운영하는 Y씨는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백방으로 ‘선수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 Y씨처럼 사이버공간에서 선수 물색에 나선 업소 주인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인터넷 ‘다음’의 한 동호회에는 하루에도 10여 건씩 ‘(원정) 선수 모집 광고’가 새롭게 올라오고 있다.
서울 호스트바의 엑소더스를 계기로 호스트영업은 이제 ‘전국적인 밤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바야흐로 ‘호스트바 전성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항간에선 머지 않아 룸살롱과 호스트 바의 수가 비등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이쯤 되면 어머니가 술 한잔 하러 갔다가 아르바이트하던 아들과 마주치는 불상사가 곳곳에서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김지영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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