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이 통일부 장관 0순위로 거론됐던 최대석 교수의 ‘인수위 사퇴’ 사건과 관련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종현 기자
“명백한 오보다. 그 기사를 쓴 기자를 개인적으로 안다. 내게 전화를 걸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전화 한 통 없었다. 일말의 확인 작업 없이 그런 보도를 낸 거다.”
―베이징에 길 의원이 갔다는 내용도 오보인가. 풀 스토리를 듣고 싶다.
“최 교수는 1차적 희생자다. 스토리 자체는 그렇다. 2012년 12월 크리스마스 직전 내가 베이징에 간 것은 사실이다. 북측 인사를 만나러 간 건 아니지만 베이징에 가면 어느 정도 (북측 인사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간 건 맞다. 최 교수와는 베이징 출발 직전까지 아무런 사전교감이 없었다. 다시 말해 최 교수는 내가 베이징에 간 것도, 북측 인사를 만날 수도 있다는 것도 알 길이 전혀 없었던 거다.”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는 만났나.
“원래 2박 3일 일정으로 베이징에 갔다가 하루빨리 돌아왔다. 그곳에서 북측 인사를 만날 수도 있겠단 생각은 했지만 그 쪽(북한)에서 누가 나올지도 몰랐다. 또한 내가 아무리 현직 의원이지만 대북 접촉은 신고를 해야 한다. 그래서 만일에 있을 (북측과의) 접촉을 대비하기 위해 사전 신고를 할 겸 현지 대사관 공사와 점심을 함께했다. 당시 공사가 ‘(북측 인사와) 안 만나는 게 좋겠다’고 하자 ‘나도 사실 만날 이유 없다. 그것 때문에 베이징에 온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혹여 오해라도 있을까 일정보다 하루 먼저 귀국했다.”
―최 교수는 정말 북측 인사와 접촉 안했나.
“안했다. 대선 이후 최 교수가 북측 인사를 본인이 직접 접촉할 순 없었을 거다. 우선은 비행 기록에 다 남는 데다 상황적으로 만날 여유도 없었다. 게다가 본인 스스로가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게 될 것이란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을 텐데…. 누구보다도 대통령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 대통령 허가 없이 북과 접촉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보고를 받고 대로했다던데.
“최 교수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그렇다. 1월 12일 진영 당시 인수위부위원장(현 복지부 장관)이 ‘박 당선인이 크게 진노하셨다’는 말을 전하자 최 교수도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최 교수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진 부위원장이 묵묵부답했다고 하더라. 후에 최 교수가 내게 ‘국정원 쪽에서 나를 오랫동안 모니터링한 것 같다’라고 했다. 국정원이 최 교수가 대선 전부터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대북 접촉을 몇 번 한 것을 모니터링해서 파일로 축적해 대통령께 보고했다는 것이다.”
1월 13일 인수위 사무실에서 한 남자가 빠져나왔다. 최 교수였다. 국방부 업무보고를 마친 후 황급히 발길을 돌려 근처 삼청동 거리를 하염없이 걷던 최 교수의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고 한다.
당선인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최대석 인수위원. 사진공동취재단
“믿거나 말거나 정말 그랬을 것 같다. 나도 듣기만 했는데 최 교수가 눈물 흘린 장면이 생생히 그려지더라. 얼마나 마음이 참담했겠나. 최 교수를 겪어본 사람들이야 잘 알겠지만 정말 신뢰할 만한 인물이다. 그런데 해명 기회 한번 없이 자기 입장에선 ‘모함’을 당했으니…. 더군다나 박 대통령은 최 교수가 7년 넘게 믿고 따르던 분 아닌가.”
―그 사건 이후 최 교수를 만난 적이 있는가.
“최근에 저녁을 함께 먹었다. 최 교수에게 ‘내가 최 교수의 부탁을 받고 북과 접촉한 것처럼 보도돼서 최 교수를 곤란하게 한 것 같다’고 사과했다. 내가 베이징에 있었던 건 사실이나 최 교수가 그곳에 가도록 의도한 적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 그런데 이 친구(최 교수)는 오히려 자기 때문에 내가 뉴스거리가 된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하더라. 재밌는 건 최 교수도 기사만 보고 내가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들을 접촉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거다.”
―박 대통령도 오해했겠다.
“그렇겠지(웃음). 북측 인사를 만나지도 않았는데 그랬다고 오보가 나갔으니. 그것도 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이니셜로만 써서 반박도 못했다. 문제는 이니셜로 게재됐다 하더라도 누가 봐도 나인 줄 알았으니까 불필요한 오해를 산 꼴이 됐다.”
길 의원은 인터뷰 내내 “최 교수의 일이 안타깝다. 아무리 해명하는 보도라도 최 교수의 이름이 또다시 언론에 거론되는 게 그를 더 힘들게 할 것”이라며 여러 차례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사퇴 직후의 여파가 컸다는 것. 사건의 직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의 최초 해명이 담긴 상자가 드디어 열렸다. ‘개성공단’ 사태부터 대북 관계에서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요즘이다. 대북 외교 안보의 1인자로 알려진 최 교수가 ‘필드’로 돌아올 수 있을까.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