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교통방송 tbs에서 중계를 한 FC서울과 수원 블루윙즈의 경기. 서울과 수원의 열혈 팬인 뮤지컬배우 송용진과 표창원 전 교수가 각 팀을 대표하는 편파해설자로 참가했다. 왼쪽부터 표 전 교수, 이상윤 해설위원, 김동연 캐스터, 송용진. 사진제공=서울교통방송 tbs
편파해설 중계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 IPTV가 대중화되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똑같은 야구 중계를 봐도 시청자가 원하는 해설을 골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IPTV 사업자들은 프로야구 각 구단별로 편파해설 중계 서비스를 제공해 시청자가 좋아하는 팀의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축구 편파해설은 주로 인터넷에서 개인방송을 통해 아마추어 VJ들이 해왔다. 인터넷 방송이다 보니 거친 말이 많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해 실제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보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에서 스포츠 중계를 하는 최성진 씨도 자신이 응원하는 유럽 축구팀의 편파해설을 맡고 있다. 최 씨는 “요즘은 야구나 축구를 중계해주는 인터넷 개인방송도 많이 늘어났다. 처음엔 다른 중계방송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혼자 마이크를 들고 편파해설을 시작했다. 편파해설 중계를 시작하면서 중계방에 특정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많이 들어왔다. 요즘엔 고정 시청자들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최 씨의 편파해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스포츠 중계를 못해도 해설만 하는 경우도 생겼다. 최 씨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SBS ESPN과의 저작권 문제로 아프리카TV에서 중계를 할 수 없다. 그래도 편파해설을 듣고 싶다는 팬들의 의견이 올라왔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나는 경기를 보며 음성으로만 편파해설 방송을 한다. 그럼 시청자들도 다른 사이트를 통해 경기 영상을 보면서 내 중계방의 편파해설을 듣는다”고 전했다.
지난 3일 K리그클래식에서도 편파해설 중계가 있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 블루윙즈의 ‘슈퍼매치’에서다. 서울교통방송 tbs에서 중계를 맡은 이날 경기에서는 김동연 캐스터, 이상윤 해설위원과 함께 서울과 수원의 열혈 팬으로 알려진 뮤지컬배우 송용진과 표창원 전 교수가 각 팀을 대표하는 편파해설자로 참가했다.
tbs TV 제작국의 한 관계자는 “이미 프로야구에서는 편파해설 중계가 이뤄지면서 보편화된 하나의 중계 형태라고 생각했다. 내부에서도 K리그클래식 최고의 라이벌 경기 중 하나인 슈퍼매치에 편파해설 중계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와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울과 수원의 팬이 한 분씩 해설자로 나온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는 우려도 많았다. ‘tbs는 그래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방송국인데, 왜 수원 팬인 표 전 교수가 같이 나와 수원을 편드는 해설을 하느냐’는 불만어린 게시물도 올라왔다. 그래도 중계가 끝나고는 재밌었다, 신선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편파해설 중계를 매 경기 기획하기에는 힘들겠지만, 1년에 한두 번 정도 슈퍼매치처럼 큰 이벤트 경기의 경우는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 편파해설 중계를 할 계획이다”라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잡은 게 아니라 옷이 손에 걸린 거죠”
표창원 전 교수의 해설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평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중계석에 수원 블루윙즈 유니폼을 입고 앉아 있는 표 전 교수는 90분 내내 격앙된 모습으로 수원을 응원했다. FC서울과 수원 블루윙즈의 ‘슈퍼매치’에서 표 전 교수가 수원 측 편파해설자로 등장한 것.
표 전 교수가 어떻게 축구해설 마이크를 잡게 됐을까. 그는 “평소 트위터나 공적인 자리에서도 나는 축구팬이고, 수원 팬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tbs 관계자가 수원 측 편파해설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을 해왔고 기꺼이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편파해설을 하는 모습이 평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범죄분석가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걱정이 안 됐을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표 전 교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범죄분석가로서의 나와 축구 편파해설자로서의 나는 역할이 다르다. 내가 편파해설자로 중계석에 섰는데 평소 이미지 때문에 중립을 지키려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면 그게 더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순간 내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수원은 서울과의 경기에서는 절대 지지 않는 무패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일 경기에서 수원은 서울에 1103일 만에 패배하면서 기록이 깨지고 말았다. 경기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표 전 교수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표 전 교수는 “수원이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지는 바람에 서울과 전력 차가 많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매치답게 두 팀은 박진감 넘치고 열정적인 경기를 펼쳐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7위까지 승점차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에 패해 타격이 있긴 하겠지만 무패 기록 깨진 것은 오히려 잘됐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 선수들은 서울 무패 징크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해 부담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이제 무패 기록이 깨졌으니 마음의 짐을 덜고 다음 서울과의 경기에서는 자신의 플레이를 하면 된다”고 수원 선수들을 응원했다.
표 전 교수는 또 편파해설 중계 섭외가 온다면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축구는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고, 난 수원의 팬이다. 축구팬들이 내 해설이 들어줄 만하다고 하신다면,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기꺼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