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목표했던 본선 진출 티켓을 안고 귀국할 수 있다는 만족감 등이 어우러져 선수단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선수들과 맥주 한잔씩 하면서 뒤풀이를 했는데, 체력이 고갈된 바람에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상태였다. 그래도 즐거웠다(웃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때랑 이번 국제대회와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
“그때는 나이도 어리고 해서 형들만 따라다니며 열심히 했던 기억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어느새 내 위치가 중고참이 되었고,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함께 오는 바람에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마지막에 좋은 선물을 안고 귀국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한 달 전에 치렀던 2013 윌리엄존스컵에서는 대만A에 60-73으로 완패하는 바람에 아시아선수권대회의 전망을 불안하게 만들었었다.
“그때는 선수들 모두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엄청난 훈련량 때문에 체력이 고갈된 터라 선수들의 움직임이 정상적이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님께서 존스컵대회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니 훈련식으로 게임에 임할 것을 주문하셨다. 즉 감독님의 목표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맞춰져 있었고, 전초전 성격이었던 존스컵 경기를 결과에 상관없이 훈련식으로 끌고 가셨던 것이다.”
-이번 대표팀은 12명의 엔트리 중 5명이 대학생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경희대 김민구가 발군의 활약을 선보이면서 일약 대표팀 히어로로 급부상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사실 걱정이 많은 편이었는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경험과 자신감이 쌓이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실력의 90% 이상을 발휘해주더라. 아마 그 선수들도 이번 대회를 통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김)민구는 평소 생활이 차분함 그 자체이다. 나이답지 않은 차분한 성격이 코트에서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 같다. 정말 탐나는, 매력있는 후배이다(웃음).”
-김주성 선수의 존재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어휴, 주성이 형 없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웃음). 센터진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주성이 형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이렇게 나이 많은 형들이 솔선수범하니까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형들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 덕분에 후배들도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언제인가.
“1차전으로 치른 중국과 준결승에서 만난 필리핀전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중국전에서 첫 승리를 거머쥐었던 부분이 3위까지 오른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필리핀전은 심판 판정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큰 경기였다. 2만 명이 일방적으로 한 팀을 응원하는 분위기에서 심판도 자칫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자행된 심판 판정의 문제점들이 승기를 놓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경기 끝나고 심판들한테 판정에 대해 설명이라도 들어보려 했지만, 그들은 뒤도 안 돌아 보고 도망치듯 경기장을 빠져 나가더라. 참으로 안타까웠던 경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치른 대만 경기는 여느 경기보다 부담이 더 컸을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 대부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필리핀전에 대한 억울함과 아쉬움, 그리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고 지치니까 잠이 오지 않는 상황들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남은 본선 진출 티켓 한 장을 놓칠 수 없었다. 그것마저 못 가져오면 한으로 남을 것 같았다. 아마 결승전보다 우리가 대만과 치른 3,4위전이 훨씬 더 치열하고 재미있게 보여 졌을 것이다. 우리도, 대만도, 그만큼 간절했다는 얘기다.”
-유재학 감독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끝까지 나에 대한 신뢰를 접지 않으셨다. 나도 감독님이 보여주신 신뢰에 보답하고자 정말 열심히 뛰었다. 그 노력들이 본선 진출 티켓으로 나타나니까 악 소리가 날 만큼 기쁘더라. 감독님도 대만전 이후에는 모처럼 환한 미소를 보이시며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셨다. 선수들끼리 서로 얼싸안고 좋아하고 기뻐하는 모습에서 표현 못할 희열을 느꼈다. 이래서 농구하나보다 싶다(웃음).”
-대학생 선수들의 선전으로 다가오는 신인드래프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선수들도 이에 대해 흥미진진해 한다고 들었다.
“나를 포함해서 프로 선수들은 모두 자신의 소속팀에 이 후배들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작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김민구, 김종규 등이 녹색 티셔츠 등을 입으면 선배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뭐 하는 짓이냐’면서 ‘왜 동부 색깔인 녹색 티셔츠를 입었느냐’고 과민반응하며 장난을 쳤다. 민구가 어느 팀으로 가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민구 손잡고 부산으로 데려가고 싶은 심정이다(웃음).”
조성민에게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프로 아마 농구 최강전에 출전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 그 대답은 전창진 감독님만이 아실 것이다”라며 웃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