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대환 총리서리 | ||
지난 13일 장 총리서리가 밝힌 자신과 가족 명의의 재산은 56억4천7백만원. 국무위원 중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총리서리가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한 셈이다. 이같이 유독 눈에 띄는 장 총리서리의 재산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재산의 취득 과정에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초점이 그의 재산쪽에 맞춰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 총리서리의 신고 재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절반 가량. 금액으로는 27억6천4백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이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으로 시세로 따지면 6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16면 <표> 참조).
장 총리서리 일가의 부동산은 제주도에서 경기도까지 전국에 분산돼 있다. 임야와 논이 5곳, 상가 건물 3채, 아파트 2채 등 모두 10건이다.
장 총리서리는 이 부동산에서 실제 얼마의 수익을 보고 있으며, 어떻게 관리해왔을까. 취재 결과 장 총리서리는 부인 명의의 상가 관리를 회사(매일경제신문) 직원에게 맡겼는가 하면 장모가 나서서 장 총리서리 명의로 지방 땅을 매입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장 총리서리가 공개한 부동산 목록의 행간을 꼼꼼이 살펴봤다.
장 총리서리 일가의 부동산 10건 가운데 6건은 장 총리서리 본인명의(공동소유 포함)로, 나머지 3건과 1건은 각각 부인 정현희씨(47)와 부친 장지량씨(78) 등의 명의로 돼 있다.
이 가운데 먼저 장 총리서리가 부인 정씨와 장모 이서례씨(67) 공동명의의 재산으로 신고한 서울 성북구 안암동 6층 상가 건물을 살펴보자.
▲ 장대환 총리서리 부인 명의의 신사동 상가 (오른쪽)왼쪽은 부인과 장모 공동소유의 안암동 상가 | ||
원래 안암동 상가 부지는 장 총리서리의 장인이자 매일경제신문 창업주인 정진기씨가 1975년 4월에 매입한 땅이다. 정진기씨는 81년 작고하면서 부인 이씨와 외동딸 정씨에게 이 집과 땅을 물려줬다. 상속 지분은 이씨가 7분의 6, 정씨가 7분의 1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1990년대 초 이곳 안암동 일대가 상가 지역으로 개발되기 시작했고 이씨와 정씨는 1993년 2층 양옥집을 헐고 상가를 지었다. 지상 6층 지하 1층짜리 이 상가건물의 소유권은 이씨와 정씨가 각각 2분의 1씩 공유하고 있다. 결국 안암동 상가는 건물과 대지의 공동지분율이 각각 다른 셈이다.
인근 A부동산은 이 건물의 시가가 20억원을 약간 웃돌 것으로 내다봤고 B부동산은 상가 부지 1백22평의 평당 가격을 2천만원으로 추정, “지금 내놓아도 24억원은 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총리서리는 이곳 대지와 건물 가격을 1억8천2백12만7천원으로 신고했다. 지분율에 따라 부인 정씨 몫의 가격만 공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씨
의 지분을 단순히 7분의 1로 놓고 따져보더라도 시세와는 1억5천만원 정도의 차액이 생긴다.
이 상가건물에는 선물가게, 피자 체인점, PC방 등이 입주해 있다. 각 층의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2천만원 정도에 월세 1백만원을 약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7개 층 중 2개 층이 비어있는 상태이므로 한 달 임대료 수입은 5백만∼6백만원 정도. 인근 상가가 모두 임대료를 올려도 집주인 정씨는 월세를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 세입자들의 말이다.
흥미있는 것은 이 건물의 3개 층을 빌린 PC방 주인이 고학용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동서지간이라는 점이다. 이 PC방은 고학용씨 부인 김정숙씨(54)의 여동생 내외가 운영하는 곳이다. 김씨의 여동생은 “입주하고 나서야 상가 주인이 매일경제 창업주 집안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2.‘대리인 계약’ 신사동 상가
다음은 공개 부동산 중 부인 정현희씨 명의의 또 다른 건물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상가. 97년 4월 부인 정씨가 직접 부지(약 1백80㎡)를 사서 98년 6월에 완공한 건물이다. 안암동 상가와 같은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로 신고 가격은 5억1천7백78만7천원.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시가는 15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상가의 임대료는 지난 7월에 입주한 점포의 경우 보증금 2천만원에 월 1백30만원, 98년 입주한 곳은 보증금 1천만원에 1백10만원의 집세를 내고 있다. 상가 7개 층이 모두 임대된 상태라 이 건물의 한 달 임대료 수입은 8백만∼9백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안암동 상가와 마찬가지로 정씨측은 월세를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씨 좋은’ 집주인 정씨의 건물 관리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상가 임대 계약을 하면서 남편이 사장으로 있는 매일경제신문사 직원을 계약대리인으로 내세운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16면 상자기사 참조).
정씨는 매경 기획실의 최아무개 대리를 통해 임차인과 계약한 뒤 월세는 통장으로 입금 받았다. 정씨가 건물 계약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3.‘가족타운’ 압구정 아파트
장 총리서리는 자신의 명의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 113동 11층 60평형과 115동 5층 35평형이 그것. 이중 113동 아파트에는 장 총리서리 본인이, 115동 아파트에는 장 총리서리의 부친 장지량씨(78)가 살고 있다.
이번 재산공개에서 113동 60평형 아파트는 7억6천5백만원으로 신고됐다. 압구정동 아파트 매물을 주로 다루는 부동산중개업소 세 곳은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가 10억∼11억원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한 부동산 업자는 “두 달 전 같은 동 같은 평수 아파트가 8억5천만원에 거래됐으며 시세가 꾸준히 올라 지금은 10억원을 넘게 줘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총리서리는 부친이 살고 있는 115동 35평형 아파트의 가격을 3억6천8백만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 역시 현재 시세는 6억원 정도로 신고액과는 2억원이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냈다.
장 총리서리의 장모 이서례씨는 공교롭게도 장 총리서리가 살고 있는 113동 아파트의 바로 위층인 12층에 살고 있다. 13층 높이의 113동에서 12층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이른바 로열층이어서 시세 11억원을 호가한다는 것이 부동산 업자들의 말. 장 총리서리와 양가 사돈이 모여 사는 아파트 세 채 값을 합치면 3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를 둘러싼 의문은 집 값과 호화성이 아닌 다른 데 있다. 바로 아파트의 구입 시점과 거주 시점이 다른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장 총리서리는 부인·장모와 함께 처가인 안암동에서 1990년까지 살았다. 장 총리서리가 압구정동 아파트를 매입한 것은 1987년 9월25일. 하지만 그가 실제로 이 아파트에 입주한 것은 3년 후인 90년 1월26일이다.
부동산등기부상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이 집을 산 뒤 87년 9월부터 89년 10월까지 2년 동안 보증금 8천5백만원에 전세를 내놓았다. 그렇다면 그가 자기 명의의 집을 사두고서 ‘처가살이’를 3년이나 더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친이 살고 있는 같은 아파트 115동 35평형도 같은 의문을 남긴다.
장 총리서리는 2000년 4월 이 아파트를 구입했다. 장 총리서리가 밝힌 매입 이유는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부친 장지량씨가 이 아파트에 실제로 이사온 것은 2001년 5월, 그의 부인이 사망하고 난 다음이다.
부친 장지량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사오라는 아들의 권유가 있었지만 쉽게 옮길 수 없었고 아내가 죽고 난 뒤에야 이사를 왔다”며 “아파트를 산 뒤 내가 이사오기 전까지는 내내 이 집을 비워뒀다”고 말했다.
설명 대로라면 장 총리서리는 부친의 이주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채 일단 집을, 그것도 당시 시가로도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두고 나서 1년1개월 동안 빈집으로 놔 둔 셈이다. 서민들로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 ‘장대환 총리서리 소유의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점선 안). 바로 위층이 장모 이서례씨의 집이다. | ||
이제 지방에 있는 장 총리서리와 부인 명의의 땅으로 눈을 돌려보자.
장 총리서리 부부의 부동산은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북, 충남, 경기 등에 걸쳐 있다.
먼저 장 총리서리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동생 회성씨 등과 함께 산 것이 밝혀져 눈길을 끌었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의 1백23평 대지. 이른바 ‘석유연구모임’의 멤버들로 알려진 이 땅의 공동 소유주 12명 중에는 이회성씨와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을 비롯한 여러 재계 인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모임을 꾸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1979년 석유파동을 거친 뒤 이듬해인 80년 서울대 대학원 국제자원론 과목에 출강했던 분들을 중심으로 모인 순수 친목 모임”이라며 “장 총리서리는 조갑제 편집장이 추천했으며 이회성씨 역시 조갑제씨와 곽상경 고려대 교수 등이 (모임참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이 집을 산 이유에 대해 “91년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자체 세미나 공간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와 3백만원씩을 갹출했다. 처음엔 오피스텔을 사려고 했는데 돈이 부족해서 근교에 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땅을 산 뒤 원래 있던 집을 헐고 방 2개, 욕실 하나가 딸린 28평 넓이의 단층 양옥집을 새로 지었다. 그 뒤 2년 정도 이 곳에서 정기 모임을 갖다가 현재는 방문이 뜸해져서 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91년 3월 3천3백만원에 이 땅을 판 김기원씨(경기 가평군 설악면 회곡리)는 “지난해 가을 무렵 조갑제씨가 ‘시가대로 팔아달라’고 말해 부동산업소에 내놓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5.김제 도봉 서귀포의 땅들
장 총리서리는 본인 명의의 논도 지니고 있다. 전북 김제시 옥산동 166-1의 논 6백74평이 그것. 하지만 실제로는 장모 이서례씨가 직접 이 땅을 사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관계에 따라서는 증여 등의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
1987년 당시 장모 이서례씨에게 땅을 판 주민 박태옥씨(김제시 옥산동 괴산리)는 “평당 1만7천원을 쳐서 1천만원이 조금 넘는 땅값을 이씨로부터 받았다”며 “지금은 내가 소작을 부쳐서 매년 60만원씩 이씨 통장에 부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땅을 판 뒤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장대환씨가 ‘땅 주인’이라며 전화를 걸어와 ‘그냥 농사만 짓고 있느냐, 임대료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라며 땅에 대해 물어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당시 통화에서 ‘이서례씨에게 소작료를 보내고 있다, 장모님이 되신다던데 맞느냐’고 묻자 별다른 말없이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이서례씨는 지난해 가을 무렵 박씨를 통해 땅을 내놓았지만 사려는 사람이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99년 무렵에도 한 차례 땅을 내놓았는데 ‘평당 4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이를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총리서리가 신고한 충남 당진군 송악면 오곡리 산2의 2 임야 1천6백 평은 부인 정씨가 조아무개씨(48)와 공동명의로 사들인 땅.
이 지역은 국가공단인 부곡 고대지구가 가까이 위치해 있는 데다 땅을 산 시점이 국가공단 조성계획 발표가 막 시작되던 1987년이어서 투기 의혹이 쏠렸던 곳이다. 송악면 오곡리 일대의 임야는 외지 사람들 소유의 땅이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인 정씨는 땅을 산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씨에게 땅을 판 사람은 이 마을의 언어겷뺐 장애자 부부. 마을 이장 이명완씨는 “정씨가 땅을 산 뒤 곧바로 논으로 바꿔 이들 부부에게 소작을 줬으며 소작료는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장 총리서리 가족 소유의 부동산 가운데 땅을 산 시점의 경제적 능력에 비춰볼 때 구입 자금의 출처에 의혹이 가는 임야가 두 군데 있다.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임야 1천80평과 제주도 서귀포시 하예동 임야 6백37평이 그 곳.
북한산 내에 있는 도봉동 임야는 1983년 4월 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개발제한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였다. 서귀포시 하예동의 임야 역시 현재 자연보존지구로 묶여 개발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산 시점을 따져보면 자금의 출처를 둘러싸고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도봉동 임야와 서귀포시 땅을 산 시기는 각각 1979년과 1982년인데 이 당시는 장 총리서리가 서울대 대학원 강사 생활을 했거나 공군 대위에 복무중이던 때였다. 박봉으로 어떻게 이 땅들을 살 수 있었을까.
총리실은 이 같은 의문들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 국무총리 비서실은 한 일간지가 19일자 초판 보도에서 총리서리의 재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자 18일 저녁 급히 만든 5줄짜리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비서실은 이 자료에서 “장대환 국무총리서리의 재산과 관련하여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리며 그간 언론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인사 청문회시 정확히 밝힐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공보비서실의 김희철 비서관은 “자세한 내용은 총리서리 본인이 알고 있는 만큼 인사 청문회에서 직접 밝히실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첫 인사 청문회에서 부결된 장상 전 총리서리에 비해 상대적인 부담감이 덜 한 것으로 보였던 장대환 총리서리. 그러나 장 총리서리의 부동산 목록 위에 쏠린 의혹의 시선들은 두 번째 인사 청문회의 ‘무사통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