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선 최근 ‘투톱’인 황우여 대표(왼쪽)와 최경환 원내대표 간 불협화음이 심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박은숙 기자
그는 “사고는 정부와 청와대가 치고 수습은 당이 하는 일이 너무 잦다. 하지만 당 지도부 깜냥이 썩 미덥지 못하다며 푸념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황우여 당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투톱’을 겨눈 쓴소리가 당내에 자욱하게 퍼졌단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황 ‘감독’과 최 ‘코치’의 갈등설이 부쩍 회자하고 있다.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단 말이 나온다. 원래부터 좋은 조합은 아니었지만 이번 세제개편 파문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정점을 찍었다는 이야기는 최근 정치권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오가는 대화 주제다. 요지는 황 대표는 청와대 분위기 파악도 않고 당 대표 입장에서 교과서적인 말만 하고, 최 원내대표는 원내 전략보다는 청와대 눈치만 보고 제 할 말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 경제팀이 연소득 3450만 원 근로자의 증세 발표 이후 5500만 원 상향 조정 수정 발표까지 며칠간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이래선 안 된다. 당이 스탠스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며 각종 건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무 감각이 떨어진다. 여당 차원에서 국민적 거부반응을 청와대에서 알리는 모습을 취하고, 국회 차원에서 국민 정서에 맞게 내용을 조정해 청와대에 전달하자.
▲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 연설이나 TV 토론 발언 등을 수합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민주화’ 쪽 청사진부터 제시하고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자. 유리지갑부터 쥐어짜는 것은 너무 손쉬운 방법으로 비친다.
▲ CJ나 롯데 등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조치 등에서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와 국민 만족감이 커지면 세제개편 이슈를 다시 꺼내놓자.
▲ 이왕 발표됐으니 일주일 이상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국민 정서를 심도 있게 검토하는 인상을 주고 나서 세제개편 수정안을 내놓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졸속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타이밍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안들이 여당 내부에서 나왔다는 전언이다.
그런데 12일 이런 안들이 공론화되기도 전에 사건이 터졌다. 주말 동안 첫 세제개편안에 대한 반감 여론이 커질 대로 커지자 황 대표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이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증세”라며 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이다. 여당 내에서 박심(朴心)에 가장 가깝다는 말을 듣는 최 원내대표로선 당 대표의 말이 곱게 들렸을 리 없을 터. 그래서였을까. 최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14일 최고 중진 연석회의를 세종시에서 열자고 한 것을 두고 “좀 한가한 일정 아니냐”는 말로 에둘러 불편한 기색을 비췄다고 한다. 하지만 세종시에서 회의는 열렸고 최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지도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 장면들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황 대표로서는 정부와 청와대가 여당과 상의 없이 세제개편안을 낸 것이 ‘국회를 무시한다’는 인상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청와대 사정을 꿰고 있는 최 원내대표로선 정부의 입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을 것”이라며 “서로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다 보니 생길 수밖에 없는 충돌이고, 이런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마찰과 충돌을 지켜본 새누리당 안팎에선 분위기 쇄신 차원의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슬며시 흘러나오고 있다. 세제개편안 문제로 수도권 화이트칼라의 집단 반발을 산 마당에 대선 때문에 억눌러 동결해 놓은 전기세, 가스요금, 수도세,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다 물가까지 치솟으면 주부, 노년층 등에서도 반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에서다. 여권 일각에선 대정부 지지도는 차치하더라도 곧 있을 10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면 야권에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말들을 한다. “위기 탈출 방안으로 전대라도 치러야 할 판”이란 얘기다. 거기에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국정조사, 서해 북방한계선(NLL) 검찰 수사, 정부의 공기업 및 공공기관장 늑장 인선 등도 여당으로선 불쾌한 이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무더위에다 전력난으로 몸살을 앓은 국민이 여름철 전기세 고지서를 받아들면 그 또한 ‘세금성’으로 인식하게 된다. 증세 없이 복지 한다는 것이 박 대통령 공약인데 이제 와서 ‘복지 축소’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민정서가 폭발해 ‘박근혜정부=거짓말정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다독일 후속타가 없으면…. 상상하기도 겁난다. 점수 잃을 일만 남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조기 전대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세제개편안 문제로 당·정·청은 멍드는 수준에서 미리 몸살을 앓게 된다. 더 두드려 맞는다면 어딘가는 파열될 것인데 그곳이 새누리당이 될지, 내각이 될지는 알 수 없다”며 “소폭 개각이나 청와대 인사 조치 등으로 시술이 가능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