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마냥 아이 같고 순진할 것만 같은 류현진도 정작 야구와 관련해서는 철저히 프로다운 자세를 유지한다. 다저스가 시즌 초 연패의 늪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그는 단 한 번도 팀을, 또는 동료를 원망하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동료들을 감싸 안았다. 타선의 뒷받침이 적어, 또는 수비 실책으로 승수를 챙기지 못했을 때도 그는 자신이 더 잘 던졌어야 하는 일이라고 선수들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런 행동은 다저스 선수들한테 그대로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류현진은 굉장히 영리한 선수이다. 겉으로는 허허실실 전법을 구사하면서도 속으로는 할 것 다 하는 남자이다. 즉, 시험 앞두고 학교에서는 공부 안하는 학생이 친구들 없을 때 밤새 공부하는 것처럼 류현진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소화했고(한국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을 게을리했다고 한다) 감독이 정한 4일 쉬고 5일째 던지는 로테이션에 적응하기 위해 지친 몸을 채찍질하며 일으켜 세웠다.
류현진은 지난 번 LA에서 추신수를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보다 하루 덜 쉬고 선발로 나가야 하는 시스템을 소화하다보니 어느 날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려고 하는데 팔이 올라가지 않는 걸 실감한 적이 있었다”라고. 기자들 앞에서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친한 형한테 털어 놓으면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토로했다.
가끔 LA의 어느 술집에서 류현진이 술 마시고 있는 모습을 봤다는 제보가 들리기도 하지만, 설령 그가 술을 마신다고 해서 뭐가 문제 되겠나. 그도 스트레스 쌓이면 풀고 싶은 사람이고, 마땅히 풀 방법이 없을 때 폭탄주 서너 잔 마시며 긴장을 놓고 싶은 남자인데….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