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김 전 의원의 투신 사건으로 김 전 의원과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50)과의 관계가 새삼 떠오르고 있다. 한때 충북 지역에서 촉망받는 인재로 꼽히던 두 사람이 결국 함께 몰락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청주 신흥고 선후배 사이로 라 회장이 김 전 의원의 1년 후배로 알려져 있다. 학과는 다르지만 같은 서울대 출신 동문으로 두 사람은 돈독한 친분을 이어갔다고 전해진다. 특히 2010년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별다른 수입원이 없을 때 라 회장이 알앤엘바이오 고문 자리를 제안함으로써 김 전 의원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월까지 알앤엘바이오 고문으로 활동하며 법률자문 역할과 대관업무 등을 했다고 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상당히 친했던 것은 맞다. 만약 5억 원이 배달사고가 난 사실을 라 회장이 그 전에 알았더라도 김 전 의원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 전 의원이 5억 원을 라 회장을 위해 좀 더 좋은 곳에 쓰려다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라 회장은 지난 7월 주가 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2001년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한 라 회장은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열풍을 일으키며 대박행진을 하다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라 회장은 불법 해외 원정시술 의혹과 처조카 성추행 혐의 등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라 회장은 불법 해외 원정시술 당시 정관계 인사들을 시술을 해주며 정치권 로비를 벌인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라 회장이 한참 잘나갈 무렵 “누군가 내 뒤를 봐주고 있다”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한 것도 정치권에 숨은 후원자가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강하게 인 배경이었다.
김 전 의원의 한 측근은 “라 회장은 이전에도 충북 지역에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가 이를 한 번도 지키지 않은 일이 있다. 한마디로 경제 사기꾼 느낌인데 광범위한 로비에 김 전 의원이 휘말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참으로 잘못된 만남이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