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 그럼 결혼해 줄게요.”
짝사랑하는 소현의 한마디에 조폭 팔룡파 보스 장세출은 정치인이 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물론 소현은 세출을 쫓아버리기 위해 던진 말. 그러던 중 자신을 대신해 감옥에 가 있는 친구 춘택의 사형집행 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에 정말 그 꿈을 실현시키려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데….
한 여인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남자들의 의리, 조폭과 정치.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창간 20주년 기념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Long Live The King>(롱 리브 더 킹)은 톡톡 튀는 에피소드와 깔끔한 그림 등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임규빈 씨(32)는 “대략의 스토리는 예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일요신문 공모전 공고를 보고 20~40대를 독자층으로 정해 작업을 시작했다”며 “주제에 비해 캐릭터가 다소 밝아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다. 잊지 못 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 같다”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작품 자체는 픽션이나 민감할 수도 있는 정치적 내용이 포함돼 염려스럽다. 독자들이 보기에는 작품의 내용을 현실에 반영시켜 오해를 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사실 아직도 어느 정도의 정치색을 작품에 담아야 할지는 딜레마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임규빈 씨는 지난 2006년 <깡패대통령> 연재를 시작으로 만화계에 입문해 현재 만화포털 ‘툰도시’에서 <미어캣>을 연재하고 있다.
우수-<그레이트 소사이어티> 이규환
“악조건 분투중… 큰 힘 된 것 같다”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오직 만화에 대한 열정으로 작업에 매진 중인데 이번 수상이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수상을 수상한 <그레이트 소사이어티>(Great Society)의 이규환 씨(36)는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곤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레이트 소사이어티>는 사회로부터 상처받고 고립돼 동반자살을 모의하던 세 남자가 누군가에게 쫓기는 한 여자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각각의 사연을 가진 세 남자와 한 여자. 이들이 만들어가는 스릴러물이다.
이 씨는 <고블린>이라는 작품을 만화잡지에 연재하며 데뷔해 <배설구의 향기> <홀리마운틴> 등의 대표작이 있으며 각종 만화공모전에서 다수의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가작-<탐정도마> 김종섭
“허허, 젊은 작가들한테 죄송”
“허허, 워낙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입상은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입상 소식을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한편으론 젊은 작가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참신하고 좋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만화작가들에게 파이팅을 외칩니다.”
가작을 수상한 탐정물 <탐정도마>의 김종섭 씨(51)는 수상자 중 ‘최고령’이다. 1988년 경제극화 <광화문 곰>으로 데뷔한 그는 <미스터리 익스프레스> <메피스토>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현재는 미스터리 만화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가작-<마녀들> 장준녕
“만화 계속하는 계기로 삼겠다”
가작에 선정된 장준녕 씨(27)에게 여성이 주인공인 액션만화 <마녀들>은 특별한 작품이다. 장 씨는 “2011년 계속해 안 좋은 일이 일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때문에 만화를 그만두겠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일요신문 공모전을 만나 준비하는 시간만큼은 만화에 몰두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그 시간 동안 많은 걸 배웠고 수상까지 이어져 다시금 만화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 씨는 2006년 군 제대 후 기성 작가의 문하생으로 있는 신예다.
가작-<Sound Protector Hz> 안병현
“남과 다른 만화 그리고 싶었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도시, 목소리를 잃게 되는 성대 결절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시작되는, 독특한 소재로 눈길을 끈 <Sound Protector Hz>(사운드 프로텍터 헤르츠)는 안병현 씨(31·필명 Moosn)의 작품이다. 그는 “기존 만화와는 다른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인데 이 같은 결과를 얻게 돼 놀랍고 기쁠 따름”이라며 “더 잘 하라는 격려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2007년 성균관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안 씨는 네이버 도전 만화 웹툰에 <기억을 만드는 여자>를 연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