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중요한 사초(史草)가 증발한 전대미문의 일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운을 뗀 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원자력발전소 비리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안전에 대한 기본 수칙을 안 지켜 발생하는 수많은 인재들, 기업이 고위 공직자와 결탁해 거액을 탈세하는 등 잘못된 일들이 과거부터 계속 이어져왔는데, 이것 또한 우리가 고치고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순차적으로 보면 △사초 증발 사건 △원전 비리 △지방자치단체 발주 공사장 인재 사고 △CJ그룹 등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대기업 탈세 사건 등을 겨냥한 발언들이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과 감사원, 지자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에게 숙제를 낸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공무원의 기강이 바로 서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먼저 청와대 직원들의 자세가 바로 서야 하고 각 부처가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과거의 비정상적 관행과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국정기획수석실은 모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과거에 잘못된 관행과 비상식적인 제도들을 찾아서 이것을 바로 잡도록 철저히 파악해 달라”며 “특히 민생이나 기업활동 등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은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가도록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이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를 말하면서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에 대해 성과를 못 낼 경우 관계 기관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암시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