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데뷔한 신인 선수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훈, 이찬호, 송재철, 조한별, 권석원. 사진제공=KRA
이 가운데 송재철 조한별 선수는 마사고 출신이고, 권석원은 부산경남경마장 33팀 권승주 감독의 아들이며, 이찬호는 서울경마장 49팀 이재은 부감독의 아들이다. 김태훈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릴 적부터 말과 친근하게 지내왔고 이 부분이 좋은 활약의 밑거름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태훈은 중학교를 마치고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경마교육원에 입학한 케이스다. 동기들보다 서너 살 적고 아직 미성년자다.
경마 전문가 이병주 씨는 “과거의 신인들은 데뷔 후 얼마간은 달리는 말 위에서 속도감을 주체 못해 매달려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신인들은 충분한 연습을 통해 실전감각을 익히고 나와 기존 선수들 못지 않게 침착하고 자신감이 넘친다”고 전제한 뒤 “기승술이 뒷받침되는 데다 감량이점이 있어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먼저 요즘 경마팬들이 베팅의 축으로 삼을 만큼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찬호 선수부터 알아보자. 이찬호는 79전을 치렀는데 벌써 10승이나 올려 감량혜택이 4kg에서 3kg으로 줄었다. 2위와 3위도 각각 11회나 차지했다. 승률 12.7%, 복승률 26.6%, 삼복승률 40.5%에 달하는 경이적인 성적이다. 내용면에선 더 인상적이다. 데뷔초의 신인들은 대체로 앞선에 붙여서 버티기를 시도하고 이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4kg의 감량이점이 있기 때문에 나무랄데 없는 작전이며, 실제로 감독들도 이 점을 노리고 신인들을 태운다.
하지만 이찬호는 선행이나 선입도 깔끔하게 잘 타주지만 추입력이 더 발군이다. 3위 이내 입상한 32회의 경주 중에서 중후미에서 추격해 성공한 경주만 20여 차례나 될 정도다. 기존의 신인들이 올리는 입상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적에 대해 이찬호의 자신감이 가져온 결과라고 분석한다. 경주 초중반에 앞선과 거리가 벌어져도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끝까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힘을 써야 될 지점이 오면 제대로 몰아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실수가 적다는 것이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이찬호가 ‘늦출발’을 한 경우는 딱 두 차례뿐이다. 최근의 일류선수들이 툭하면 늦출발을 해서 팬들의 원성을 사는 것과 비교해보면 놀랄 만큼 안정적인 레이스다.
전문가들도 “늦출발이 거의 없을 만큼 안정적이고 주행 중에도 낮은 자세에 흔들림 없는 기승자세를 갖고 있어 대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뒤 “너무 조심스럽게 운영하는 것이 옥에 티”라고 지적했다. 신인이라면 때로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경주운영도 필요한데 너무 잰다는 것이다. 특히 단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좀더 과감하고 자신감 있게 말몰이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석원 선수는 늦게 시작한 것에 비해서는 상당히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65전 3승 2위5회 3위6회로 승률 4.6%, 복승률 12.3%를 기록하고 있다. 출발이 좋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돋보인다. 전문가들은 선행이나 선입마를 탔을 때는 감량이점이 있어 어지간한 베테랑 선수들보다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4번의 3위 이내 입상 중 선행이 5회, 선입이 6회였다.
김태훈은 동기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가장 신인답다고 할 만큼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말몰이를 한다. 현재 61전 3승 2위4회 3위9회의 성적으로 승률 4.9%, 복승률 11.5%를 기록하고 있다. 입상한 16번의 경주 전개를 보면 선행이 5회, 선입이 5회 나머지가 추입이다. 골고루 분포돼 있어 자유형에 가까운 선수라 할 만하다. 성년이 되는 내년 이후 힘이 더 차면 대성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에는 늦출발을 하지 않았는데 최근 한두 차례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이 옥에 티다.
송재철은 데비할 무렵 조한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으나 아직까지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데뷔 직후엔 3위 이내에 두어 차례 입상하면서 한때 반짝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태다. 66전 2승 2위4회 3위4회의 성적으로 승률은 3.0%, 복승률 9.1%를 달성하고 있다. 이병주 씨는 “크고 작은 실수를 몇 차례 하는 바람에 자신감을 조금 잃은 것 같다”고 지적한 뒤 “출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곧바로 동기들을 따라잡을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김시용 프리랜서
이쿠야스 ‘대박몰이’
그러나 단순히 최근의 성적에만 범위를 좁힌다면 박태종도 문세영도 아닌 제3의 인물이 떠오른다. 바로 용병선수 이쿠야스다. 이쿠야스는 최근 1년간 295전을 뛰면서 37승 2위35회 3위 36회를 차지, 승률 12.5% 복승률 24.4% 연승률 36.6%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수치만 비교하면 승률 23.7%, 복승률 37.5%, 연승률 50.6%(435전103/60/57)의 문세영 선수에게는 비교도 안되는 그저그런 정도에 불과하지만 질적인 면에선 문세영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문 선수가 주로 인기마에 기승하는 반면, 이쿠야스는 이른바 ‘변마’에 기승하는 횟수가 많기 때문이다. 고배당을 터트린 횟수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문 선수가 올해 인기4위 이하의 말에 기승한 횟수는 69회. 이 가운데 14번을 3위 이내로 입상해 이변 가능성은 20.2%다. 반면 이쿠야스는 178회에 기승해 48회나 입상했다. 이변확률은 26.9%로 압도적인 우세다. ‘이래도 저래도 안 되는 말은 마지막으로 이쿠야스를 태워본다’는 얘기가 실감이 간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