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씨 측이 수세일로에 있는 비자금 정국의 돌파구로 ‘헌법소원 제기’라는 ‘최후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검찰이 전 씨의 비자금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압수 미술품을 화물차로 옮기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전두환 추징법’은 이미 검찰 수사 초기부터 많은 법조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법률이었다. 지난 6월 12일 민주당이 ‘전두환 추징법’을 발의한 뒤 바로 그 다음 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전두환 추징법’은 연좌제에 해당하거나 자기책임주의에 반한다는 이론적 논란이 있다. 게다가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혹평하며 ‘전두환 추징법’ 위헌 논란을 사전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법조계 관계자 다수는 ‘전두환 추징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선 ‘전두환 추징법’ 중, 범죄로 재산을 빼돌린 공무원이 수사 받을 경우 해당 공무원의 가족 및 지인(제3자)이 재판도 없이 압수수색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헌법에 적시된 기본권 중 하나인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연좌제를 금지하는 기본권도 함께 침해된다는 의견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최근 검찰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전 씨 측은 ‘전두환 추징법’의 이 같은 위헌소지 부분에 대한 법률 대응을 통해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전 씨 측은 법률 대리인들을 중심으로 ‘전두환 추징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를 마쳤다고 한다. <일요신문>은 전 씨 측의 한 변호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전 씨가 헌법소원 제기를 전면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최후의 카드’로 남겨두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검찰의 칼에 정면대응을 자제하며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던 전 씨 측이 드디어 검찰과의 일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된 셈이다.
앞서의 전 씨 측 변호인은 “그 법(전두환 추징법)이 위헌적인 여러 문제가 있다는 건 이미 많은 다른 법률가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나한테 전화를 일부 법률가들이 (전두환 추징법 위헌에 대해)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면서 “(전두환 추징법은) 여러 가지 논란이 많을 수 있는 법이다. 이미 내부에서 헌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선 검찰수사를 받아들이겠다. 전 씨 일가의 재산은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작은 재산일 뿐이다. 그것이 잘 규명되어야 할 것”이라며 “결국 법원과 검찰이 (최종 판결에서) 스스로 위헌적인 부분은 피해가지 않겠는가. 그렇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관들이 7월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인 서울 서초동 시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최준필 기자
전 씨 측 변호인은 “지금 당장 헌법을 내세워서 전 씨를 보호하기엔 사회적 비난이 클 수 있다. 우선 국민을 상대로 해명해 나갈 생각”이라면서도 “(판결이) 집행될 때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위헌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단은 법적 대응을 자제하겠지만 검찰이 본격적으로 전 씨 측을 압박을 할 경우 시기를 봐 가며 헌법 소원 제기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전 씨 측의 이런 입장에 대해 전 씨 측과 친분이 두터운 여당의 한 관계자는 “‘전두환 추징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소송이 제기될 경우 자칫하다간 검찰이 대망신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전두환법’이 특수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된다면 검찰은 그야말로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다. 검찰은 이성을 붙들고 신중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전두환 추징법’의 일정 부분이 위헌으로 판정 나게 되면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해 찾아 낸 전 씨 일가의 전 재산을 다시는 추징할 수 없게 된다. 이제까지 모든 검찰수사의 성과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검찰 측에 일방적인 펀치를 맞고 있었던 전 씨 측이 실제로는 물밑으로 법률 대응을 통한 치밀한 반격 작전을 펼치고 있었던 셈이다. 검찰과 전 씨 측의 비자금 공방전은 법률 전쟁이라는 또 다른 변곡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민의 법 감정과 법조계의 법적 논리가 어떻게 정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