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유정복 안행부 장관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유 장관에게 안행부 내 ‘경찰국’ 신설 추진이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아 선거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이 ‘경찰국’을 통해 경찰에 대한 인사와 예산권을 장악함으로써 경찰 세력을 자신의 발밑에 둘 수도 있지만,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그 효과가 그대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 인사와 예산을 휘어잡는다고 해서 경찰이 지방선거 때 유 장관에게 표를 줄 리 만무하다. 유 장관이 경기도지사 당선을 염두에 두고 경찰국 신설에 ‘올인’했다면 정세판단에 상당히 미숙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동안 유 장관은 유독 경찰 지지세를 늘리는 데 관심을 두고 이를 위한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권 경찰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최근 유 장관이 경기지방경찰청에 경무관 등 자리를 늘리는 논의를 수차례 해온 것으로 안다. 이를 통해 경기 지역 13만여 명의 경찰관들로부터 지지세를 형성하려고 한다”며 “(유 장관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사실상의 선거전을 시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 장관이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경심’(경찰의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반발이 뻔한 ‘경찰국’ 신설안을 그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유 장관이 ‘경심’을 거스르면서까지 ‘경찰국’ 신설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찰 공무원 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유 장관이 감히 ‘박심’을 거슬러 ‘경찰국’ 신설 추진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행부 장관으로서 경찰 표는 ‘자동 표’에 가깝다. 선거에는 경찰 표가 일방적으로 유리하지만 현재의 그를 있게 해준 ‘박심’을 유 장관이 과연 거스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유정복 장관의 솔로몬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