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측에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느니, ‘이용자 편의를 우선해야 한다’느니….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혁신도 창조도 모두 정의에 합당해야 한다. 동기와 과정과 결과가 정의에 합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포털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말인가.
“지금 포털 업체가 사업에 뛰어들면 관련 중소기업은 다 죽는다. 이들은 본인들이 만든 칼이 잘 드는지 안 드는지 일반인에게 실험을 해 보는 식으로 일을 벌인다.”
―오늘 간담회에서는 전향적인 자세가 일부 보였다.
“아직 고민만 하는 단계이지 적극적으로 수용할 태세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여론과 정치권 압박이 있을 때 스스로 자정능력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이럴 때는 단번에 바람을 빼는 게 현명한 조치 아니겠나.”
―최근 검색 광고와 일반 검색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나도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지만 최근에서야 첫 화면 대부분 광고라는 사실을 알았다. 예를 들어 성형외과를 검색한다고 하자. 검색 결과로 각종 성형외과 이름과 홈페이지 주소가 쭉 나오는데 포털에 돈을 제일 많이 낸 순으로 이름이 뜬다.”
―‘AD(광고)’라고 표시돼 있기는 한데.
“파리똥만 한 AD 표시를 보고 광고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광고 자체를 약정하는 것도 아니고 실시간 입찰로 이뤄진다. 돈을 많이 내는 회사가 언제든 제일 앞으로 오는 거다. 광고비는 결국 병원 운영비인데 그 피해가 누구에게 가겠나.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거다. 일종의 기만행위다.”
―검색 광고는 포털의 주요 수입원이기에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외국도 광고와 검색을 일반인들이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포털은 쇼핑 웹툰 음악 게임 등 다 직영 사업을 한다. 중소업체들이 다 죽고 승자독식 하는 구조다. 대기업은 모퉁이에 빵집 하나만 차려도 국민과 정치권 질타를 받는데 포털의 부도덕함은 경쟁을 저해한다느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느니 하고 있다.”
―포털이라고 하지만 결국 네이버가 이슈인 듯하다. 네이버를 독점 사업자로 정하는 것은 당 차원의 일인가.
“우리나라에서 독과점율과 그에 따른 폐해가 가장 심각한 곳이 네이버일 것이다. 네이버는 영업이익률이 20%대다. 어떤 부문은 40%가 넘는다고도 한다. 제조업이 보통 5%다. 독점으로 인한 초과이익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전혀 늘지 않는다.”
―네이버의 경우 최근 상생협의체도 만들었고 올 초 ‘뉴스스탠드’ 서비스도 시작했다.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로 바꾼 것 역시 일종의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본다. 신문사별로 들어가기 어렵게 만들어 결국 네이버 안에서 별도 운영하는 뉴스페이지만 키운 꼴이 됐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정해지면 후속 조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외국은 불공정한 행위가 발견되면 기업을 강제분리 시키기도 하지 않나. 그 정도는 아니지만 상업적인 베이스와 공익적인 베이스로 나눌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부당한 광고 행위부터 하나씩 잡아 나가야 한다. 산업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투명하지 못한 부분을 손보자는 취지다.”
―네이버로 대표되는 이번 포털 규제가 기성 언론을 밀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정치인이 정치인을 색안경 쓰고 보는 거다. 그럼 네이버가 야당이라는 소리인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정당과 관계없이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소비자 보호와 공정성 확보 개념으로 생각해야 쉽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하면 일단 반대하고 본다.”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의미인가.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은 세금도 많이 낸다. 수익이 높고 권한이 크면 그만큼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한다. 지금 포털에서는 일종의 위장 전술을 쓴다. 언론과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으니까 장학금이나 주고 엉뚱한 복지사업 늘리는 등 위장을 하는 식이다.”
―포털 뉴스 서비스에 관한 생각은 어떤가.
“지금 포털이 갑이고 언론사가 을이 돼 있다. 포털 회사마다 알고리즘을 만들어 객관적으로 한다는데 그런 건 외부에서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뉴스 서비스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감독하고 결과에 대한 개선 등 내부에서 몇몇이 도맡는 식이다. 포털이 입법·사법·행정을 다 하고 있는 꼴이다. 적어도 뉴스에 관해서는 그라운드만 빌려주고 공공의 영역에 맡겨야 한다.”
―포털 규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것 같다.
“포털 규제가 아니라 포털 개혁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미 여론이 폭발된 상황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100을 요구할 때 30이라도 내 놓아야 한다. 좋은 신약 하나 만들어서 100년이고 200년이고 독식하는데 그걸 나라에서 가만히 두면 되겠나.”
―이러다 ‘네이버 저격수’ 꼬리표가 붙을 듯하다.
“내가 SNS에서 ‘정의의 망치’로 불린다. 한번 물면 안 놓는다. 이가 빠질망정 끝을 봐야 한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