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LTE 주파수 경매에서 인접대역을 예상가보다 싸게 낙찰 받아, LTE 변방에서 단숨에 SK텔레콤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구윤성 인턴기자
겉으로는 통신 3사 모두 큰 불만이 없다는 표정이다. KT는 원하던 인접대역을 1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9001억 원에 낙찰받았다. SK텔레콤은 1.8㎓ 대역 35㎒ 주파수를 손에 넣어 광대역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이를 쥐는 데 들인 돈이 비록 KT보다 많은 1조 500억 원이지만 보유하고 있던 20㎒ 주파수를 반납하는 대가가 있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4530억 원으로서 재무적인 측면에서 3사 중 가장 큰 실리를 취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보다 훨씬 저렴한 4788억 원에 주파수를 확보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통신 3사는 각자 만족스러운 결과임을 자평하며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벌써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번 경매 결과는 이석채 KT 회장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상철 LG유플러스 회장은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잘나가던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커졌다. LG유플러스와 함께 KT의 인접대역 확보를 강력 반대하던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의 성장을 막기 위해 밀봉입찰 때 LG유플러스를 배신했다는 의견도 있느니 만큼 LG유플러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도 가중됐다.
막이 오르기 전 통신 3사가 험악한 분위기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로 입싸움을 벌였던 것에 비하면 이번 경매는 싱겁게 끝난 셈이다. 족히 1조 원 이상은 지불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던 KT의 인접대역 낙찰가도 9001억 원이었다. KT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접대역을 확보해야 했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향해 독설을 쏟아냈던 것도 인접대역을 확보해야 하는 절실함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KT로서는 기대 이상의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싼값에 새로운 주파수를 확보했지만 광대역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LTE망을 새로 깔아야 한다는 점과 KT의 인접대역 확보를 저지하지 못했다는 점, 원했던 1.8㎓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이 뼈아픈 결과일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반영하듯 주파수 경매가 끝난 후 개장한 지난 2일 주식시장에서는 KT 주가만 1.80% 상승 마감했다. 개장 직후 3.74%까지 폭등했지만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무려 4.60% 하락 마감했다. 그나마 5% 이상 폭락한 것에서 낙폭을 일부 만회한 것이다. SK텔레콤은 0.68% 하락했다. 주파수 경매 결과에 대한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이다.
이번 결과로 숙명의 라이벌 이석채 KT 회장과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희비도 엇갈릴 듯하다. LTE 부문에서 고전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던 이석채 회장은 인접대역 확보를 계기로 빠른 시일 내에 경쟁사들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LTE-A 광대역화 조기 실현 가능성에서 경쟁사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 재계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의 거취나 KT와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무성한 터에 인접대역 확보는 전환점이 될 공산이 크다”며 “이석채 회장 개인적으로도 적지 않은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주파수 경매가 끝나자마자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등 고삐를 죄었다. 지난 2일 KT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KT LTE-A No.1 결의대회’에서 이 회장은 “지난 2년간 KT가 LTE 전쟁에서 밀리면서 엄청나게 고심했다”고 토로한 후 내부 문제를 지적, “게으른 사람, 아직도 태평인 사람은 나가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회사를 중상모략하는 사람이 많다”며 “쓸데없는 소리를 바깥에 전달하는 이들을 이제 여러분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발언이다. 인접대역 확보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는 방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LG유플러스와 이상철 부회장이다. 통신 3사 중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LTE 부문에서만큼은 KT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LG유플러스는 KT의 인접대역 확보로 잔뜩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상철 부회장은 지난 3일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주파수 경매 이후 조직을 추스르고 비전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2.6㎓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며 “최저가격으로 광대역 LTE 발판을 마련하고 비용 부담도 최소화해 실속을 챙겼다”고 자평했다. 또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주파수에 큰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주파수를 원가로 가져오고 여유자금을 활용해 우리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선택했다”며 경매 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당초 기대했던 주파수는 1.8㎓ 대역인 데다 비록 최저가로 가져왔지만 LG유플러스가 확보한 주파수 대역이 국내에서 사용된 적 없다는 점에서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부회장은 “(2.6㎓ 대역이)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역”임을 강조하며 “미개척지인 2.6㎓를 여러분이라면 잘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임직원들의 투지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 발언과 사뭇 비교되는 분위기다.
주파수 경매 승자가 KT가 아닌 LG유플러스라는 의견도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파수 경매 자체만 보면 KT가 LG유플러스를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주파수를 새로 받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해서 나오는 실적을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LG유플러스가 승자”라고 평가했다.
KT의 본격 가세로 통신 3사의 LTE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석채-이상철, 두 통신 라이벌의 숙명적인 관계와 향후 움직임이 새삼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