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그룹 본사 건물. 구윤성 인턴기자
OCI는 지난 2008년 폐석회가 묻힌 인천 용현·학익동 공장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시행사인 DCRE를 설립하고 토지와 건물을 DCRE에 넘겨주는 물적 분할을 단행했다. 당시 OCI와 DCRE는 조세특례제한법과 법인세법에 규정한 적격분할로 신고해 국세청으로부터 자산 매각 시점까지 법인세를 유예받았다. 또 인천시 남구청으로부터는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감면받았다. 하지만 인천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OCI가 폐석회 처리비용(부채)을 분할해 넘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인천시는 적격분할이 아니라고 판단, 지난해 4월 DCRE에 1700억 원의 세금을 내라고 공식 통보했다. DCRE는 이에 불복,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조세심판원은 지난 6월 “해당 분할이 적격분할이 아니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인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국세청의 OCI에 대한 추징금 부과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이은 후속 조치 성격이다.
이와 관련, DCRE는 지난 2일 인천 남구청 등을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OCI는 국세청에 오는 15일까지로 돼 있는 추징금 납부기한에 대해 징수유예신청을 냈다. OCI 측은 5년 전에는 적격분할 판단을 내렸다가 소급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수천억 원의 세금이 부과될 것을 알았다면 분할을 실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OCI는 추징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미 지난 2분기 결산까지 재무제표에 전액 반영했다. 이는 추징금유예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해당 금액을 납부하겠다는 의미다. OCI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워 지금은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징수유예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OCI는 태양광 시장 장기 불황 여파로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59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OCI의 주력 제품인 태양광 발전 핵심소재 폴리실리콘 가격이 여전히 ㎏당 18달러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OCI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당 최소 20달러는 돼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5년이나 지난 자회사 분할건과 관련해 뒤늦게 세금 폭탄을 맞은 것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국세청의 전방위 대기업 사정과 관련짓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OCI는 MB(이명박 전 대통령)정권과 친한 대기업으로 알려져 왔으며, 이런 관계를 이용한 유착을 바탕으로 해당 정권에서 많이 성장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며 “OCI의 이번 추징금 폭탄도 최근 전 정권 수혜기업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에 대한 국세청의 날선 세무조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OCI그룹 관계자는 “MB 정권과 특별한 연관 관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는 별개로 이수영 OCI그룹 회장과 이 회장의 부인 김경자 OCI미술관 관장 부부는 지난 5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최초 제기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설립 건에 대해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OCI 측도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 회장 부부는 과거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100만 달러의 자금이 든 계좌를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지난 3일 미국, 영국 등과의 정보 공유로 확보한 400GB(기가바이트) 상당의 원본자료를 바탕으로 우선 조사가 끝난 세금 탈루자 11명에게 714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또 탈루혐의가 확인된 또 다른 28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이 회장 부부를 포함해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30대 기업 총수 및 가족이 세무조사 대상 명단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추가 조사를 통해 혐의가 드러날 경우 단계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OCI는 회사에 이어 총수 일가의 추징금도 피할 수 없게 될 운명에 처한 것이다.
연이은 대형 악재에 지난 3월 OCI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수영 회장의 장남 이우현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모두 취임 전에 있었던 일들로 인해 겪고 있는 고초지만, 최근 어수선한 분위기를 조기에 쇄신하지 못할 경우 후계구도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우현 사장은 경영능력 검증과 별개로 위기관리 능력까지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에 그 부담감이 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사장으로선 운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지만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OCI 관계자는 “최근 터진 일들은 모두 이 사장이 취임하기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고 반박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