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조선일보 6일자 1면. 위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만큼 청와대와 법무부 등이 채 전 총장 사퇴작전을 은밀하게 진행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채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 검찰 관계자는 사퇴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의 표명 하루 전 채 전 총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주변 측근들조차 채 전 총장이 사퇴할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설령 채 전 총장이 사의 표명을 한다고 해도 나름의 시나리오가 있었다. 적어도 오늘(9월 13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채 전 총장은 자신이 일정한 시점이 되면 사퇴를 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지만 정재계에 대한 대대적 사정국면을 조성해 놓은 뒤 옷을 벗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청와대-법무부의 속전속결에 채 전 총장은 백기를 들고 말았다. 채 전 총장의 사퇴 직전 청와대에선 어떤 움직임이 있었던 것일까.
채 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하루 전인 12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깊은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정수석실이 채 전 총장과 내연녀로 알려진 임 아무개 씨(53)의 최근 자금거래 내역을 추적했지만 아무런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라인 산하의 경찰청 정보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은 채 전 총장이 내연녀 임 씨에게 수천만 원대 전세자금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하고 진위를 파악했으나 12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 채 전 총장 사퇴 하루 전 기자와 만난 민정라인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채 총장의 판정승이다. 덕분에 민정수석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비상 대책을 세워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해 확인 작업을 했지만 별 다른 건수를 찾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채 전 총장을 겨냥한 감찰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가 은밀하게 진행해오던 내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공개적인 압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의원은 “청와대 발 ‘채동욱 경질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들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계획이 성공을 거둔 셈”이라며 “검찰총장 혼외 아들 논란이 있었음에도 여론이 채 전 총장에 대해 예상 밖의 지지를 보내자 청와대 측도 깊은 고심에 빠졌을 것이다. 그 결과 13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결정적인 ‘지원사격’을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13일 청와대 및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황 장관이 검찰총장 감찰 발표를 하기 전인 이른 아침, 청와대를 은밀히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해 또 다른 의혹을 예고하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