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김 씨의 매출은 거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농산물을 사달라며 광고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저 일상사를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전하고, 가끔 좋은 먹거리에 대한 생각과 정보를 적었을 뿐이다. 힘이 세 보이는 수탉이 홀로 고개 숙인 사진을 올리고 ‘오늘 말썽을 피워 벌을 받는 중’이란 설명을 붙이는 식이다.
그렇다면 김 씨의 ‘농산물 비즈니스’는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사실 그간 김 씨가 한 일이라고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밖에 없다. 자신이 일하는 모습, 오늘 농장에서 벌어진 일, 이슬을 머금은 블루베리 열매 모습 등을 사진으로 올리고 느낌을 전하고 의견을 나눠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페이스북 친구들이 먼저 구매 의사를 밝히고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서 오랜 기간 나눈 교분이 김 씨와 그의 농산물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SNS 전문가인 송영우 소셜전략연구소 소장은 “SNS를 사용하다 보면 김 씨의 경우처럼 ‘세런디피티’, 즉 ‘우연한 행운’이 찾아온다. SNS를 통해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서로 소통하고, 상대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비즈니스는 저절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반대로 SNS를 통해 제품을 팔려 하고 뭔가를 광고하려 하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도, 비즈니스의 문도 닫힌다는 것. 송 소장이 첫손가락으로 꼽는 SNS 비즈니스의 성공 법칙은 다름 아닌 ‘진심어린 소통’이다.
SNS 성공 사례로 꼽히는 호주 와인업체 튜스너와인(Teusner Wine)의 경우를 보자. 지금은 해외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와인업체지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 회사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창업 멤버는 단 세 사람. 포도주를 만들고 공장을 관리하는 사람이 각각 1명, 나머지 한 명이 마케팅 영업을 담당했다. 모두 와인에 대해선 전문가였지만 자본도 브랜드 파워도 없는 상태에서 까다롭기로 정평 난 와인시장에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마케팅 담당자가 고민 끝에 떠올린 것은 트위터였다.
트위터 계정을 연 그는 먼저 키워드 기능을 활용해 ‘와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팔로하기 시작했다. 애호가, 동호회, 판매담당자 등 와인과 인연 깊은 사람들의 트윗을 보면서 그가 한 일은 단 하나,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가령 ‘와인을 밖에 그냥 뒀더니 윗부분에 흰 테가 끼었다’며 유해성 여부를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면, ‘산화가 되어서 그런 것인데 마시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조언을 해주는 식이었다. 시일이 지나면서 그의 조언은 차츰 빛을 발했다. 처음에 그의 얘기를 무시하던 와인 애호가 등이 그를 인정하고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도 ‘세런디피티’가 찾아왔다. 계기가 된 것은 한 와인매장 담당자가 보낸 트윗. “와인에 대해 정말 잘 아시던데, 대체 무얼 하는 분이세요?” 작은 와인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의 대답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아, 그렇군요. 그럼, 우리 매장에서 신상품을 찾고 있는데, 한번 샘플을 보내주실 수 있나요?”
그가 보낸 샘플 와인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트위터 입소문을 통해 튜스너와인의 이름이 하루가 다르게 뜨기 시작했다. 평소 그가 트위터로 전한 유익한 조언들이 신뢰라는 열매를 맺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