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호 부산 금정구의원.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이석기와 김재연. 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석기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국정원과 검찰 수사는 부작용만 생길 뿐이다. RO(혁명조직) 모임이라는 것 자체를 믿지 않는 진보 진영에 이석기를 옹호하는 사람만 양산하고 있는 꼴이다.”
―이석기 의원이 제명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부정한 방법으로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정경선 논란이 있을 때 정치권이 제대로 처리했다면 RO 모임이니 주사파 의원이니 하는 소리는 나오지도 않았다. 원래 이석기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출마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었다.”
―자격이 안 되다니, 무슨 뜻인가.
“이석기는 민주노동당에 당적이 전혀 없다, 강기갑 전 대표는 7년 당 생활동안 이석기라는 이름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석기는 통합진보당에 2011년 12월 27일 입당했고 한 달 뒤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통상 정당의 피선거권은 입당 3개월 또는 6개월 이상 지난 진성당원에게만 부여하는 게 원칙이다. 19대 총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입후보일이 2012년 3월 14일이었으니 최소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후보로 나올 수 있었나.
“당 중앙위에서 특례를 만들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합당 과정에서 입당 1개월만 지나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줄 수 있게 당헌·당규를 고친 것이다. 이석기는 이 특례가 적용된 유일한 후보였다. 어떻게 입당 3개월도 안 되는 당원이 경선 1등, 그것도 엄청난 표차로 의원이 될 수가 있었겠나. 이석기 의원이 받은 표의 절반이 중복 IP를 통해 얻은 것이었다.”
―당시 경선을 앞두고 유령당원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아니라 유령당원은 존재했다. 예를 들어 경기동부연합 거점 지역인 성남시 중원구 한 중식당 주소로 61명의 당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입당했다. 그림이 나오지 않나. 입당 1개월만 지나도 선거권을 부여하니 각 후보 진영에서는 자기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가입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월 1만 원만 내면 투표권이 주어지니 1000만 원이면 1000표, 2000만 원이면 2000표가 나오는 식이었다.”
―최근 출간한 책에서 이석기 의원을 ‘국고횡령범’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석기가 대표로 있던 CNP(현 CN커뮤니케이션즈)는 선거공영제를 악용해 국고를 횡령했다. 19대 총선이 끝난 이후 통합진보당 광주시당에서는 회계 책임자들을 모아 놓고 ‘CNP 측과 합의해 가격을 최대한 부풀려 신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CNP에서 발급한 세금계산서 및 계약서 사본을 예시하기도 했는데 당시 계약서에 이석기가 대표로 되어 있었다.”
―오디션을 통해 당선된 김재연 의원은 왜 제명되어야 하나.
지난해 3월 여야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종현 기자
―엑셀 시트를 활용했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쉽게 말해 경선 과정에서 누가 투표를 했고 누가 투표를 안 했는지 사전에 알고 이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재연과 함께 오디션에 나갔던 후보로부터 직접 들었다.”
―그 후보가 해준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이 후보는 경선 도중 떨어졌는데, 이후 김재연 후보 선거대책본부로부터 김재연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김재연 이미지가 괜찮았기에 ‘어떻게 도우면 되느냐’고 물으니 자신을 지지했던 당원 정보를 달라고 했단다. 그중에서 아직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알려줄 테니 김재연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전화를 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발의한 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이 등장한다. 당시 국회 제출된 법안 내용을 보면 “(통합진보당) 진상조사특위 IP 추적결과 통합진보당사 IP 3개에서 각각 1151회, 287회, 46회에 걸쳐 미투표자 현황 페이지에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고, 당직자 3명의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미투표자 현황이 열람됐으며, 성명, 소속 지역위원회,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미투표자 현황은 10여 차례 엑셀파일 형태로 다운로드되기도 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청호 구의원에게 이야기를 전한 해당 후보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언론에 노출되는 게 부담스럽고 요즘 같은 때 확대 인식돼 저와 제 주변에 피해가 될까 염려스럽다”며 관련 인터뷰를 고사했다.
―이청호 구의원은 국민참여당(참여계) 출신이다. 참여계 역시 경선 때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아는데 유독 두 사람을 겨냥하는 것은 아닌가.
“참여계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노항래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부정을 저질렀다. 검찰 수사에서 다 밝혀진 사실이다. 당시 검찰 발표에서 이석기 의원 측 관련자가 가장 많이 입건되고 수사를 받았음에도 패권파들은 거짓 보고서를 만들어 참여계가 부정경선의 주범인 것처럼 선전·선동해 끝까지 두 사람을 지켰다.”
―지금 상황에 정의당 책임은 없는 것인가.
“정의당 역시 분당되기 전 혁신비대위 활동 때 이석기·김재연을 제명시키지 못한 것에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의당 의원들은 두 사람이 당연히 제명될 것으로 생각해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패권파와의 싸움을 너무 안일하게 본 것이다. 검찰과 정의당이 제대로 했다면, 현역 의원이 내란음모로 국민들 질타를 받고 ‘진보는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