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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코오롱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뿐만 아니다. 코오롱 출신 인사들은 MB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하기도 했다. 우선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미래기획위원으로 임명된 바 있다. 이수영 코오롱 워터앤에너지 대표는 MB 정부 초기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김주성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은 코오롱그룹 회장 비서실장, 구조조정본부 사장, 그룹 부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이 같은 예만 봐도 코오롱과 MB 정부의 관계가 어땠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코오롱은 박근혜 정부 들어 별다른 고초(?)를 겪지 않고 있다. 물론 코오롱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기는 했다. MB 정부 내내 별 탈 없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인 올 초 코오롱글로벌이 세무조사를 받은 것. 당시 코오롱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고 해명했지만 코오롱글로벌이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았던 것의 후속조치로 여겨졌다.
그러나 CJ, 포스코, 효성 같은 기업처럼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아닌 계열사 하나에 대한 세무조사에 그쳤으며 추징금 383억 원이 부과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더욱이 코오롱 측은 ‘불복청구’로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코오롱은 지난 5월 해고 노동자들이 벌이는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설악산, 한라산, 북한산 등 전국 102개 산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강수를 두기도 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노동단체들의 강력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코오롱의 이 같은 모습들은 대부분 기업이 이슈화되기를 꺼려 몸을 사리는 재계 분위기와 사뭇 대조적이다. 더욱이 코오롱은 MB 정부 최고 실세와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터다. 코오롱이 이처럼 자신감에 찬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 관계자는 “코오롱은 박근혜 정부와도 친밀한 것으로 안다”며 “박 대통령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부부와 인연이 있는 데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발 빠르게 움직인 것도 주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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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9일 5회 상공의날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웅열 회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코오롱이 MB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긴 하지만 알고 보면 친박 기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제공=청와대
최일배 코오롱정리해고투쟁위원장은 “코오롱 측이 가처분신청을 낼 때 ‘박지만, 박근혜’란 말도 쓰지 못하게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과는 관계없을지 모르지만 박지만 씨와 이 회장의 끈끈한 관계는 오래전부터 코오롱 주변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지난 정권에서는 SD, 이번에는 박지만으로 연결된다. 코오롱은 다른 것보다 정권 줄을 잘 타는 듯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동생 박 회장 부부와 어린 조카를 무척 아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동생 친구 회사를 어쩌기야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코오롱이 MB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알고 보면 친박 기업인 셈”이라고 말했다.
박지만 회장의 EG가 수처리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점도 코오롱과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코오롱은 수처리사업 부문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EG는 원래 포스코의 지원 아래 산화철 제조업체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수질환경 시설업, 환경설비 운영사업’ 등을 새롭게 사업으로 추가함으로써 수처리사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코오롱과 관계가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시민단체를 비롯해 ‘물 민영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서도 MB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역시 물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민영화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실정인 데다 심지어 수자원공사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코오롱이 정부 뜻에 신속하게 움직인 것도 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코오롱은 정부가 주도하는 ‘미래창조펀드’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 펀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지난 5일에는 우리은행과 상생펀드 조성 협약을 체결, 중소 협력업체를 지원하고 자금난을 해소해주기 위해 4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에 대한 잇단 사정에는 정부 정책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경고가 함축돼 있다”면서 “실제로 일부에서는 시키는 대로 해야겠다는 푸념도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코오롱 관계자는 “상생협력하자는 큰 틀에서 우리 수준에 맞게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코오롱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