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원작자 최인호와 하명중 감독(오른쪽).
그 후 하 감독의 동생이자 배우 겸 감독인 하명중 감독이 지난 2007년 최인호의 소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어머니)를 영화화 하면서 최 작가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어머니>는 최인호의 일대기를 담은 자전적 가족 이야기로, 영화로 만들어진 그의 마지막 소설이다. 하명중 감독은 영화에서 주인공 최호를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엔 아들인 하준원 감독(영화 <괴물> 시나리오 작가 겸 조감독)이 최인호의 단편 <유령의 집>을 <one fine day>라는 단편 영화로 만들어 칠레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하명중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고 최인호 작가의 인간 됨됨이는 어떠했나?
“대중 속의 빛 같은 작가였다. 희망의 가치를 믿는 따뜻하고 소탈한 사람이었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다정다감하고, 공부를 많이 했는데도, 티도 안내고 고고한 척하지도 않았다. 순수와 정열, 용기를 갖춘 겁 없는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 어두운 시대상 속에서 사회를 용기 있게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며 하길종 감독에게 ‘난 왜 용기가 없을까’라고 털어놓으며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야말로 겁 없고,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평단에선 그를 연애소설 쓰는 대중작가라고 비하했지만, 정작 자신은 ‘대중이 민중이다. 대중이 가장 중요하다. 순수와 대중 사이에 격차를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늘 대중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모든 이들과 격의 없이 가까이 지냈다.”
-임종은 어땠나?
“여백미디어 김성봉 대표가 임종을 지켰다. 마지막 순간에 최 작가가 ‘알라뷰’ 라고 하셨단다. 이에 김 대표가 ‘미 투’라고 답하셨다. 평소 최 작가가 지인들에게 ‘알라뷰’라는 말을 많이 했다. 내 영화에도 주인공 최호가 손녀에게 ‘알라뷰’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작가는 평소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영화에도 모자간 사랑이 깊이 있게 묘사돼 있다. 그의 전 작품이 가족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께 영화 작업을 해본 소감은?
“내가 <별들의 고향>을 발굴해 당시 화천공사에 영화화할 것을 추천하고 기획했다. 김승옥 작가를 추천해서 시나리오를 쓰도록 했고, 이장호 감독에게 연출을 맡아줄 것을 권했다. 최 작가는 하길종 감독과 오랫동안 작품을 함께했고, 형님이 떠나고 나서 그와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늘 있었다.”
-<어머니>를 영화화하겠다고 하니, 뭐라던가?
“처음엔 ‘돈 안 된다, 손해 보니 만들지 마라’고 하더라. 하지만 내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노역이라 배우 구하기가 힘들어 내가 최호 역을 직접 맡았다. 최 작가와 편집, 녹음 등 후반작업에서도 같이 밤새며 일했다. ‘영원히 죽지 않을 그 이름 어머니’라는 포스터 카피도 최 작가가 직접 만들었다. 음악 선정까지 그가 다 했다. 최인호는 늘 아픈 자 편에 섰고, 길 잃은 자에게 길을 만들어 준 작가였다.”
신상미 기자 sh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