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기자는 A가 부부 동반으로 방송에 출연한 모습을 목격하게 됐다. 너무나 화목한 부부의 모습을 선보인 터라, 그 사이 A 부부가 불화를 딛고 화해한 것이라 여겼다. 개인적으로는 이혼 특종을 하나 날려버린 셈이었지만 A를 생각하면 당연히 축하해줘야 할 일이었다. 며칠 뒤 우연히 여의도에서 A를 만난 기자는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혼하실까 걱정 많았는데 다행이에요”라고 인사말을 건네는 기자에게 A는 그냥 한숨을 내쉬었다.
A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여전히 별거 중이라고 한다. 부인의 거듭된 이혼 요구로 구체적인 이혼 합의를 하는 과정이었는데 돌연 방송국으로부터 부부 동반 출연 섭외를 받았다고 한다. 당연히 출연을 거절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 외로 A의 부인은 흔쾌히 동반 출연을 허락했다. 방송에 출연해서는 그 어느 연예인 부인보다 더 행복한 모습을 보이며 결혼 생활 예찬론을 들려줬다. 이혼이 임박한 관계임을 이미 알고 있던 기자까지 깜빡 속아 넘어갔을 만큼 A의 부인은 너무나 행복한 아내이자 주부, 그리고 엄마의 모습을 선보였다.
지금 방송인 A는 여전히 별거 중이며 화목한 가정으로의 복귀는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당시 방송 이후 A 부부는 더욱 자주 매스컴에 소개되고 있다. TV나 잡지에 이들의 집이 공개되기도 하고 TV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기도 한다. 방송이나 잡지에 집을 공개할 때마다 이런 저런 협찬을 받아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고 하는데, 방송 출연 당일에만 집에 갈 수 있는 A는 너무 달라진 집이 이제는 어색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쇼윈도 부부다. 방송인 A는 최근 비로소 이혼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서서히 자신이 갇혀 있는 쇼윈도가 지긋지긋해지고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혼해도 아이 양육권까지 달라고 할 생각은 없다. 아이는 엄마가 키우고 내가 경제적으로 도우면 된다. 그런데 이혼하면 아이를 며칠에 한 번은 법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된다는 데 지금 나는 전혀 아이를 만날 수 없다. 어쩌다 한 번 카메라 앞에서 화목한 척 쇼를 할 때 스쳐가듯 아이를 만난다. 너무 힘들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A가 과연 이혼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소한 일을 계기로 언제 그랬냐는 듯 관계가 복원되는 것이 부부이며, 부부의 속사정은 부부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그들이 쇼윈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연예인 가족’ 콘텐츠가 각광받는 요즘, 방송은 그들의 속사정은 알지 못한 채 출연 섭외에 열을 올린다. 얼마나 많은 연예인 부부가 이들처럼 쇼윈도에 갇혀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