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4일 이광범 특별검사가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내곡동 특검팀 활동도 공식 종료됐다. 특검법에 따르면 이광범 특검팀은 확정 판결 내용을 포함한 결과를 10일 이내에 국회와 청와대에 보고해야 한다. 이와 함께 특검의 모든 수사 자료는 검찰로 이관될 예정이다. 사실상 내곡동 사저에 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내곡동 사저터. 전영기 기자
관건은 피고발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관한 직접 조사 여부다. 지난해 내곡동 특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지 않았던 것은 재임 기간 중이라 공소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연인 이명박’ 신분으로는 더 이상 조사를 회피할 명분이 없다. 참여연대 측은 유죄를 확정한 김인종 전 처장의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땅을 방문해 OK 하니까 샀지. 돈 투자하는데 내 마음대로 했겠느냐”는 발언과 특검 조사만으로도 충분히 범죄 혐의가 입증됐다는 생각이다.
특검팀에서 수사에 조력했던 한 인사는 “김 전 경호처장과 김태환 전 행정관이 내곡동 사저 부지에 관해 구체적인 가격을 결정한 것은 자신들이었다고 진술한 만큼 특검 단계에서 했던 진술만으로 이 전 대통령을 엮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다만 이후 불거진 김 전 처장 발언이나 김 전 처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고했는지에 관한 추가 진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특별검사팀이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을 중단하고 철수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일각에서는 검찰이 특검 활동 때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은 것에 대한 한풀이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당시 내곡동 특검팀은 현직 대통령이 연관된 사안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충분한 조사기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30일 조사 이후 15일 연장을 신청했지만 청와대는 단칼에 거부했다. 지난 1999년 ‘옷 로비 특검’ 수사기간은 60일,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은 70일이었고, 지난해 ‘디도스 특검’ 역시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해 총 90일간 수사했던 것에 비해 지나치게 짧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성사되지 못했고 김윤옥 여사와의 대면조사는 거부, 서면질의 역시 수사 종료 하루 전에야 제출받았다.
최근 검찰의 태도 변화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와 연관시키는 시각도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조계에서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문제와 관련해 여야 구도가 아닌 여권 내 친박 대 친이 대결 구도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검찰과 국세청에 여전히 전 정권 실권자들 입김이 세다는 것이다. 그만큼 채동욱 휘하에서 검찰이 현 정권 개혁 방향에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는 것인데 지금부터 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 불거진 원전비리에 관해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했지만 권력실세 처벌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VIP(대통령)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4대강이 됐든 내곡동 비리가 됐든 후임 검찰총장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이 전 대통령이) 사정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4대강 사업은 이 전 대통령 한 사람에게 범죄사실을 덧씌우기에 너무 거대한 프로젝트인 반면 내곡동 사건은 심플하다. 나랏돈으로 본인 집을 지으려고 했던 것이다. 이대로 덮는다면 검찰 내에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내곡동 문제는 특검까지 거친 뒤 끝난 일인데, (검찰에서) 더 나갈 부분이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