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네트웍스 역시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의 오리온 주식 무상 증여로 재무상황이 개선된 지 불과 1주일도 안 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네트웍스는 동양매직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KTB PE컨소시엄에 6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만큼 자금 상황에 큰 문제가 없는 기업이었다.
동양 채권·CP 투자자들이 현 회장 자택 앞 담벼락에 붙인 항의 문구. 연합뉴스
실제로 동양증권 내에서는 법정관리 이후 고객들의 항의와 비난, 자괴감 때문에 심적 고통을 받는 직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견디지 못한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일 동양증권 제주지점 직원 고 아무개 씨(여·42)는 자신의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이 공개한 유서에는 ‘회장님, 개인 고객들에게 정말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이런 일을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직원들에게도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오후에는 동양증권 직원 200여 명이 서울 성북동 현재현 회장 자택 앞에서 한 시간가량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검은 정장에 흰색 마스크를 쓴 채 “현 회장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를 철회하고 고객과 직원에 사과하라”는 구호 등을 외쳤다. 개인 투자자 50여 명도 현 회장 자택을 찾아 시위를 벌였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명색이 증권사가 그룹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투자부적격 상품을 판매한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이제 와서 ‘우리도 속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혼자 살겠다고 이제 와서 모그룹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니 동양그룹이 해체되기는 하나보다”고 꼬집었다.
이에 동양증권 관계자는 “투자 위험도를 충분히 알렸으며 강요 판매한 일도 없다”면서 “금융시장에는 여러 상품이 있게 마련인데, 상품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 두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현 회장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통합도산법 ‘관리인 유지 제도’에 따라 법정관리 기업에 대해 법원이 오너 경영자가 법적 하자가 없다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동양그룹 관계자는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가 살 길은 희박하다”며 “만약 두 회사를 법정관리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현 회장이 이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비난을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현재현 회장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심경을 밝혔다. 현 회장은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부족함 때문”이라며 고객과 임직원들에게 거듭 “사죄드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현 회장은 “경영권 유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