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담 대표.
이와 더불어 현재현 회장의 사위이자 현정담 (주)동양 상무의 남편인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 소속 김봉수 상무가 지난 1일 사임하면서 오너일가의 책임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현승담 대표도 곧 회사를 그만둘 것으로 전해져 이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동양네트웍스 관계자는 “현 대표가 회사를 떠나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이사회 등 공식 절차를 거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이혜경 부회장은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이 있기 직전인 9월 넷째 주 동양증권 개인 계좌에서 현금 6억 원을 인출한 것은 물론 법정관리 신청 직후 개인 대여금고에서 금품을 빼 간 의혹을 받고 있다. 그룹 회생 의지조차 의심받고 있는 것. 동양증권 노조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인 지난 주 이혜경 부회장이 동양증권 개인 계좌에서 6억 원을 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경호원 등을 대동하고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본사를 찾아 개인 대여금고에서 자신이 맡긴 금품 등을 모두 찾아 갔다고 한다. 대여금고는 고객이 화폐, 유가증권, 귀금속 등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목적으로 금융기관의 금고를 빌려 쓰는 것을 말한다.
동양증권 노조 관계자는 “지난 1일 이 부회장이 큰 가방 4~5개를 갖고 동양증권 본사에 와서 가방을 가득 채워 나갔다”며 “곧 부도날 어음을 판매해 왔던 직원들이 공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이 부회장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데 허탈할 뿐”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현 회장의 사과문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피해자 구제를 위해 당장 사재 출연 약속이라도 해야 할 판인데, 오히려 자신들만 살 궁리를 마련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서도 동양 측은 “상식적으로 대여금고라는 게 아파트 우체통만 하다. 큰 가방에 담을 게 없다.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던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도 이번 동양 사태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되며 궁금증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일요신문>(1095호)은 ‘베일 싸인 동양그룹 핵심 CEO의 비밀’을 통해 김철 대표에 대해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그도 최근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동양네트웍스 관계자는 “김철 대표는 최근에도 직접 봤다”며 부인했다.
‘동양 사태’에 대해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자신들의 살 길 모색에만 열중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요신문DB
김 대표는 지난 9월 30일부터 시작된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신청 전에도 동양그룹 전체의 자산 매각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동양매직 등 계열사 자산 매각 추진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전언이다. 특히 동양매직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초 교원그룹에서 KTB PE와 TSI파트너스로 바뀐 배경에 김 대표의 강한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4월 <일요신문>(1091호)이 단독보도한 ‘동양그룹 위장계열사와 수상한 부동산 거래’에서 동양네트웍스는 김 대표가 재직 중이던 지난해 12월 말 동양레저로부터 약 162억 원에 서울 가회동 부동산을 매입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1년 7월 동양레저가 이 부동산을 동양그룹의 과거 위장계열사로부터 매입할 때 가격은 약 54억 원이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동양레저는 1년 5개월 만에 이 부동산을 동양네트웍스에 팔아 무려 108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것. 당시 ‘비자금 조성 목적의 이중거래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동양그룹 관계자는 비공식 답변을 통해 “동양레저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동양네트웍스가 일부러 비싸게 사 준 것”이라며 이중거래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 경우 배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김철 대표가 그룹 내에서 최고 실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에 반해 그의 경력은 미스터리 그 자체다. 일단 나이가 38세(1975년 생)로 대기업집단 계열사 대표이사 치고는 상당히 젊다. 하지만 그는 공식석상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음은 물론 포털 사이트에서 프로필 사진 한 장 찾아볼 수 없다.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5월 동양그룹 오너 가족 회사로 설립된 MRO(소모성자재공급업) 기업 ‘미러스’의 초대 대표를 맡으며 동양에 처음 발을 들인 후 승승장구했다. 동양과 연을 맺기 전에는 조그만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현승담 대표와도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전해졌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