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국 사진전문기자
추신수와 펜스의 통산 타율은 비슷한 수준이다(추: .288, 펜스: .285). 펜스가 6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담장을 넘기는 능력은 추신수보다 다소 앞서있지만, 정작 통산 장타율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추: .465, 펜스: .476). 통산 출루율에서는 추신수가 정확히 5푼이나 앞서 있는 상황. 이에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을 나타내는 OPS에서는 추신수가 .854, 펜스가 .815로 3푼9리 차이가 나고 있다. 현역 선수 가운데 추신수는 34위, 헌터 펜스는 65위를 기록하고 있다.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은 펜스의 계약 소식이 전해지자 두 선수의 OPS 격차를 거론하며 추신수의 1억 달러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했다.
펜스가 일찌감치 샌프란시스코와 재계약에 합의하면서 추신수의 희소가치가 높아진 점 또한 희소식이다. 보스턴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엘스버리는 보스턴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FA 자격을 갖춘 남은 외야 자원 가운데 추신수와 어깨를 견줄 만한 선수는 커티슨 그랜더슨(뉴욕 양키스)과 넬슨 크루즈(텍사스) 정도다. 하지만 그랜더슨은 부상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으며 크루즈는 올 시즌 약물 복용으로 50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추신수를 원할 만한 팀에는 어떤 구단들이 있을까. 추신수를 영입할 만한 재정능력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내년 시즌 외야 자리에 공백이 있는 팀들은 디트로이트, 시애틀, 텍사스,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시카고 컵스 정도다. 이 팀들뿐만 아니라 물밑에서 추신수 영입을 계획하고 있는 구단들의 경쟁이 불붙는다면 추신수의 계약규모는 기대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최근 불거진 뉴욕 메츠의 4년간 4800만 달러 제안설은 협상 테이블이 시작되기 전 줄다리기의 일환일 뿐이다.
TV 중계권료 폭등으로 인해 각 구단들의 지갑이 두툼해진 가운데, 최근의 연봉 인플레 현상도 추신수의 1억 달러 입성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약 당시 많은 놀라움을 선사했던 제이슨 워스(워싱턴)의 7년간 1억 2600만 달러(약 1352억 원) 혹은 칼 크로포드(LA 다저스)의 7년간 1억 4200만 달러(1524억 원) 이상의 계약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올 시즌 추신수는 1번 타자로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높은 출루율과 빠른 발 게다가 장타력까지 보유한 리드오프를 찾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일 시즌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을 동시에 달성한 역대 12번째 선수로 자신의 이름을 올린 추신수는 1번 타순에서 도루 2개를 추가했다면 리키 헨더슨에 이어 리드오프로서 이 기록을 달성한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1번 타순: 18도루, 2번 타순: 2도루).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1번 타자로서 .423의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를 마다할 팀은 단 한 팀도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