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한국시리즈 2연패 팀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하면 1986년부터 1988까지 우승컵을 안았던 해태(KIA의 전신) 이후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3년 연속 우승팀이 된다. 가능성이 크다. 일단 경험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밟아선지 선수들이 큰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나 역시 2번의 우승을 경험하면서 포스트 시즌과 관련해 노하우가 많이 쌓인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 선수들이 지난해 11월 1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를 꺾고 우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의 또 다른 강점은 선발 투수진이다. 삼성은 9월 27일 기준 9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10승 투수가 4명이다. 14승의 배영수를 필두로 12승의 윤성환, 장원삼, 10승의 차우찬이 뒤를 잇고 있다. 여기다 외국인 투수 밴덴헐크도 6승에 그치지만, 공 끝이 사는 날엔 ‘오른손 류현진’으로 변신한다.
여기다 21홀드와 14홀드를 기록 중인 안지만과 심창민이 필승 셋업맨으로 건재하고, 28세이브를 기록 중인 오승환이 마무리로 버티고 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10승 이상을 기록한 삼성 선발투수는 우완 2명, 좌완 2명으로 매우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선발투수가 불안하면 또 다른 선발투수를 투입하는 ‘1+1’ 선발진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게 삼성 마운드의 최대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이 위원은 “단기전에 강한 이승엽이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삼성 전력은 훨씬 강해질 것”이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삼성이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은 올 시즌 최대 이변이었다. 그도 그럴 게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2012년까지 10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프로야구 사상 최장기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사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많은 야구전문가의 예상을 뒤엎고 11년 만에 가을무대를 밟았다. 그것도 힘겹게 4강 진출에 성공한 게 아니라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선두 싸움을 펼치며 당당히 가을 무대를 밟은 것이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모두들 예상 밖이라고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올 시즌엔 꼭 4강에 들겠다’는 투지를 선수들의 눈빛에서 발견했다”며 “‘이번엔 다르겠구나’하는 예감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덧붙여 김 감독은 “여전히 선수들의 투지가 강해 포스트 시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믿는 구석은 타선이다. 올 시즌 LG 팀 타율은 2할8푼3리다. 두산의 2할8푼8리에 이어 리그 2위다. 김 감독은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베테랑 타자들은 포스트 시즌이라고 긴장할 이들이 아니다”라며 “오지환,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 등 젊은 타자들 역시 큰 경기에 유독 강한 면모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나 김 감독은 “손주인, 현재윤 등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며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이 동료 선수들에게 그 경험들을 나눠줄 것으로 본다”며 “올 시즌 우리 팀에서 10도루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5명이나 되는 만큼 공격적인 주루로 상대 배터리의 넋을 빼놓겠다”고 다짐했다.
#넥센의 4강행은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만큼이나 쇼킹한 사건이었다. 애초 시즌 전만 해도 넥센은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여전히 선수층이 얇은 데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특별히 보강된 외부 전력도 없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염경엽 신임 감독은 사령탑 경험이 없는 초보 감독이었다.
하지만, 넥센은 4월 21일 1위에 올라선 뒤 시즌 종료 직전까지 4강권을 지켰다. 참고로 올 시즌 100경기 연속 4강권을 유지한 팀은 넥센이 유일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우리의 1차 목표는 달성했다”며 “2차 목표를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2차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염 감독은 시즌 전부터 “우리는 우승 자격을 갖춘 팀”이라고 말해왔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넥센을 강력한 다크호스로 본다. 화끈한 타력을 자랑하는 중심타선 때문이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단기전은 한 방으로 경기 분위기가 뒤바뀐다”며 “한 방을 갖춘 홈런 타자를 보유한 팀들이 그만큼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는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강타자들”이라며 “김민성, 이성열도 장타 능력이 뛰어난 타자들이라, 단기전 타선만은 넥센이 최고”라고 평했다.
#두산은 KIA와 함께 시즌 전 많은 야구전문가는 우승 후보로 KIA와 두산을 꼽았다. 두산의 경우 두터운 선수층과 투타의 조화가 높게 평가됐다. 그러나 시즌 초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홍성흔이 가세했지만, 김동주가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졌고, 에이스 김선우도 부진한 투구를 거듭했다. 한술 더 떠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에 시달렸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는 제몫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은 두산이었다. 7월 16일 6위에서 4위로 점프한 이후 줄곧 4강권에 머물렀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9월 27일까지 12승 1무 6패로 넥센 다음으로 높은 승률을 기록한 게 바로 우리”라며 “최근 상승세만 봤을 때 다른 4강권팀보다 우리 팀의 분위기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려면 선수층이 두터워야 한다”며 “그 점은 우리 팀이 최고”라는 말로 포스트 시즌에 임하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