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전 대표가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 여당 권력 지형은 서 전 대표, 김무성 의원, 유승민 위원장(왼쪽부터)의 3파전 양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일요신문 DB
“서 후보 입장은 ‘당 대표까지 한 사람이 어떻게 공천 받겠다고 면접에 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추위에서도 ‘그래,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을 면접한다는 것이 꼴이 웃기기도 하다’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면접 패스가 사실상 이뤄지는 분위기에서 ‘그래도 공평하게 예비후보는 모두 면접을 봐야 한다. 언론에서 알면 시끄럽다’, ‘김성회, 고준호 예비후보(고 고희선 의원의 아들)가 알면 가만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느지막하게 나와 서 후보도 면접에 응하기로 승낙했다.”
서 후보는 사석에서 “부산의 김세연 의원(재선)이 공추위원이다. 김세연이는 나의 친한 친구이자 동지였던 김진재 전 한나라당 부총재의 아들이다. 어떻게 친구의 아들에게 면접을 볼 수 있겠느냐”며 웃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촌극이 끼어 있었다. 서 후보가 ‘다른 예비후보와 같이 앉아 면접을 본다는 모양새가 좀 그러니 국회 앞 한 음식점에서 공추위원들에게 밥을 사면 안 되겠느냐’고 재차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 후보가 예약하려던 음식점은 국회 출입기자들과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곳. 일각에선 언론이 눈치 챌 것이라 경고했다. 가뜩이나 서 후보 공천을 두고 ‘청와대 개입설’까지 나온 마당인데 “면접 심사위원에게 대놓고 밥을 산다면 불공정 논란이 일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서 후보는 결국 원래대로 면접에 임했다.
면접 과정에서도 서 후보는 참 ‘서청원스러웠다’고 한다. 일단 면접장에 들어오면서부터 서 후보 뒤의 지지자들 때문에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서 후보는 당 관계자와 심사위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고 친한 이들과는 어깨도 두드리고 등을 쳐주며 안부를 확인했다. 면접 자리에 앉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각 후보에게 출마의 변을 3분 정도 해달라고 청했다. 이 장면이 압권이다. 서 후보는 “내가 말이야”라는 말을 시작으로 장장 15분가량 지난 세월을 언급했고 당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기여도를 읍소했으며 그렇게 30분 정도를 썼다고 전해진다. 심사위원들이 아연실색한 것은 물론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런 말을 했다.
“서 후보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면접장에서 큰소리친 것은 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공추위 내부에서도 서청원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있었고, 정치인 중에서도 서 후보와 알게 모르게 연관된 인물도 있었다. 누가 봐도 그의 출마에는 박심(朴心)이 녹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좀 다른 주장도 있다. 정보기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다.
“사실 서 후보 출마는 자가발전이라는 말이 있다. BH(Blue House·청와대)와 논의 좀 하려고 했는데 박 대통령과 통화가 안 되더라는 것이다. 서 후보가 이에 대해 화가 났다는 설도 있고, 서 후보 측근들이 화성갑 출마는 박심이라 언론에 흘리면서 기정사실처럼 됐다는 설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그러나 다른 말을 했다.
“서 후보가 출소하면서부터 김무성 대항마로 역할을 할 것이란 말이 있었는데 그게 청와대 뜻이 아니었다면 벌써 교통정리 됐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원칙대로 하세요’라는 한마디만 했으면 서 후보는 공천받기 어려웠다. 당이 공천 쇄신을 역행하면서까지 그를 공천하고, 홍문종 당 사무총장이 ‘정치자금 수수는 당을 위한 것’이라 대변한 것도 BH의 의중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 아니겠느냐.”
새누리당에선 민주당의 손학규 카드가 불발하면서 서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벌써 서 후보의 복귀 뒤 행보를 예측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서 후보와 아주 친하다는 한 중진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서 전 대표가 국회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가 하나라면, 그가 돌아오지 않아야 할 이유는 몇 가지나 된다. 그래도 그를 공천한 것은 주어진 미션이 있기 때문 아니겠냐. 현 황우여 체제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르기가 어렵다. 선거정국에서 관리형 대표는 쓸모가 없다.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전당대회 요구가 빗발칠 텐데 그때 서 전 대표가 나설 것이다. 당권 장악에 직행할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런데 요즘 당 내부에선 드러내놓고는 아니지만, 양비론과 함께 대안론이 조금씩 회자하고 있다. 핵심은 이렇다. ‘서청원 후보나 김무성 의원이나 식상한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 둘 간의 세력 갈등으로 골이 깊게 팰 수도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옹립하자.’ 그렇게 나오는 안이 ‘유승민 대안론’이다. TK(대구·경북)지역 한 중진 의원의 귀띔이다.
“솔직히 아무리 포장해도 서 전 대표는 구태 정치인 아닌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지 말아야 하듯, 그가 입성한다고 그 곁에 가면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서청원도 아니고, 김무성도 아니라는데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은 젊고 건강한 이미지의 당 지도부를 원한다. 유승민 국방위원장도 기회가 온다면 잡지 않겠는가.”
최근 서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예상을 뒤엎고 유승민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를 두고 서 후보가 직접 나서지 않고 뒤에서 유 위원장을 밀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 BH에서도 김무성 의원보다는 유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더 크다는 것이다. 서청원·김무성·유승민, 3파전 양상으로 치닫는 여당 권력 지형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물론 ‘서 후보’가 여기에 끼려면 그 전에 화성갑에서 살아 돌아와야 한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