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프레지던츠컵에서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미국 대표팀의 타이거 우즈가 지난 6일 대회 마지막 날 싱글 매치플레이 경기 15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 올림픽, 축구월드컵, 육상 세계선수권, F1 등 매머드급 스포츠이벤트를 죄다 치렀다. 하지만 그 시기에 있어 일본에 앞선 것은 없었다. 하계올림픽의 경우 도쿄가 2020년 대회를 유치하면서 횟수에서 한국에 앞서 나갔다. 골프도 일본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1998년 박세리의 미국 제패를 기점으로 코리아 파워가 세계를 강타한 경기력을 제외하면 골프계 전반에서 일본이 앞서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골프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대회 중 라이더컵은 미국과 유럽에서 번갈아가며 열리는 까닭에 아시아 개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아시아권에서 개최할 수 있는 최고의 골프대회는 프레지던츠컵이고, 이를 일본에 앞서 한국이 먼저 개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2009년 양용은의 아시아선수 첫 미PGA 메이저대회(PGA챔피언십) 제패, 2011년 최경주의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등 한국선수들의 선전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까지 이 대회를 개최한 나라는 미국 호주 남아공 캐나다 등 4곳뿐이다. 2013년 캐나다투어를 인수하고, 남미대회를 신설하는 등 세계화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미PGA투어 측은 향후 아시아, 특히 중국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7년 이후에는 중국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PGA 측이 향후 거세게 진행될 아시아 공략의 첫 방편으로 프레지던츠컵 한국 개최를 택한 것이다.
프레지던츠컵은 기본적으로 미PGA투어(커미셔너 팀 핀첨)가 주관하는데 내년께 한국에 조직위가 구성될 예정이다. 담당 컨설턴트와 대회 유치의 일등공신인 풍산그룹의 류진 회장, 미PGA 중계권자인 SBS TV 관계자 등은 2013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 뮤어필드를 찾아 본격적인 대회준비에 나섰다. 한국대회의 경우 류진 회장을 주축으로, 전 KPGA 회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SBS의 윤세영 회장 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원수가 의장을 맡는 고품격 대회
최경주
탄생부터가 라이더컵의 위상을 모방했기에 대회는 처음부터 최고 권위를 추구했다. 대회명칭 자체가 개최국의 최고 권력자가 명예의장을 맡는다는 원칙에서 나왔다. 제럴드 포드,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등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존 하워드 호주 총리,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이 이 대회와 함께 했다. 2015년 한국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의장이 된다.
흥행력은 라이더컵 수준으로 웬만한 종목의 세계선수권보다 낫다. 최근 통계를 보면 전 세계 160개국, 5억 명 이상이 시청한다. 미PGA의 대형 스폰서들이 이 대회에 후원을 아끼지 않고 워낙 홍보 효과가 커 글로벌 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홍보 전쟁이 펼쳐진다. 그래서 상업성을 배제하기 위해 기업 타이틀 스폰서를 붙이지 않고 대회장에 광고판 설치도 금지되지만 자금은 넘쳐난다.
최고의 대회를 위해 코스관리에도 무척 신경쓰는데 지난 8월 치열한 경합 끝에 2015년 대회장소로 결정된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은 미PGA의 요구에 따라 조만간 수십억 원을 들여 코스 보강 공사를 벌인다.
프레지던츠컵은 총 대회 예산이 2500만~3000만 달러에 달하는데 상금은 일체 없다. 대신 명예를 중시하는 만큼 선수 당 20만 달러 정도가 배정되고, 선수가 지정하는 자선단체에 대회주최측이 기부한다. 2011년 최경주재단에 기부가 이뤄진 것도 이런 제도 때문이다. 어쨌든 상금은 없지만 당대 최고의 선수들은 이 대회 출전을 영광으로 여긴다. 미국과 세계랭킹 10위까지 자동출전권이 주어지고, 단장이 2명을 와일드카드로 선발한다. 2015년 이상적인 것은 가능한 많은 한국선수가 자력으로 출전권을 확보하는 것이겠지만, 최악의 경우 홈팬들을 위해 와일드카드로 한국선수를 포함시킬 수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
국가·대륙 대항전 인기 속 월드컵 부활 등 기대
개인전 성격이 강한 골프에서도 향후 국가나 대륙대항의 단체대항전이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라이더컵, 프레지던츠컵, 솔하임컵 등 주요 프로시합은 물론이고 2016년부터는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사실 골프의 단체대항전은 최고 흥행력을 가진 라이더컵이 아니라 아마추어 대회인 ‘워커컵’에 시작됐다. 1922년 영국과 아일랜드의 아마추어들은 워커컵을 놓고 미국과 한판 승부를 벌였다. 워커는 미국골프협회(USGA) 회장을 지낸 조지 허버트 워커의 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워커는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의 할아버지이자 아들 부시 대통령의 증조부다. 이 대회는 세계 골프계의 양대 산맥인 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프로대항전인 라이더컵이 1927년 생겨났고, 1932년에는 여자판 워커컵인 ‘커티스컵’이 생겨났다. 여자 라이더컵인 솔하임컵은 한참 뒤인 1990년에 출범했다. 프레지던츠컵은 1994년이니 흥행규모 2위의 메이저 단체대항전으로는 출발이 늦은 셈이다. 골프계에서는 2016년 올림픽 예선전을 계기로 향후 월드컵의 부활, 대륙별 국가대항전 신설 등을 기대하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