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차남 김홍업씨가 지난 2000년 9월 재계인사 들과 함께 필리핀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밝 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여행을 마치고 일행보다 하루 늦은 6일 귀국한 조 부회장은 이들의 해외여행 경비까지 부담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들의 필리핀 해외여행에는 이들 외에도 홍업씨를 잘 아는 일부 인사들 등 8∼9명 수준이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이 당초 혐의 사실을 적극 부인하던 홍업씨를 수사상 압박하는데 중요한 단서로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홍업씨가 자신에게 직간접으로 로비를 벌였던 기업인들과 함께 해외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이들의 관계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상당한 유착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서 수백만원대의 술자리를 여러 차례 가진 것으로 밝혀져 그들만의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홍업씨 일행이 해외여행을 떠났던 2000년 9월은 성원건설 전 회장이 대한종금 및 채권은행단에 대한 회사부채 3천3백억원을 지속적으로 탕감받을 수 있도록 홍업씨에게 착수금조로 5천만원을 처음 건넸던 시점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전 회장은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홍업씨에게 사례비를 전달했다. 2001년 1월과 9월, 올해 2월에 각각 3천만원을 건네 부채 탕감에 대한 사례비 명목으로 홍업씨에게 총 1억4천만원을 ‘선사’했다. 이에 앞서 전 회장은 99년 3월과 8월에도 홍업씨에게 화의인가 청탁 명목으로 13억원을 전달했다.
여행에 동행했던 한진그룹 조 부회장은 여행경비 조달 외에도 홍업씨에게 수천만원의 술값을 대준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밝혀졌다. 홍업씨 일행과 조 부회장은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술시중을 들었던 한 종업원은 “이들이 한 번씩 술자리를 가지면 비용이 5백만원은 기본이었고 많게는 1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술자리에는 외부에서 ‘조달’된 미모의 여성들이 동석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또 “(이들이) 자주 올 때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조남호 한진그룹 부회장,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 김성환씨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정권교체와 더불어 DJ정권과 가까운 금호그룹에 비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현재까지 홍업씨와 한진그룹과의 관계에 대해 특별히 드러난 것은 없다. 그러나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홍업씨에 대한 공소장에서 그가 현대와 삼성으로부터 21억원의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기업체에 대한 사법처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와 삼성이 홍업씨에게 돈을 준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업씨는 현대로부터는 98년 7월 10억원과 99년 3월부터 2002년 2월까지 15차례에 걸쳐 5천만원씩 총 16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 시점은 현대가 당시 LG그룹과 반도체 빅딜협상을 벌였던 시기였다.
홍업씨는 또 삼성으로부터 99년 12월 5억원을 건네 받았는데 이 때는 삼성생명의 증시상장 추진 문제를 놓고 정부와 협상을 벌였을 시점이기도 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의 재산 증여 문제가 거론됐던 때이기도 했다. 결국 대가성이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시쳇말로 ‘공짜’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진그룹과 성원건설의 최고위 관계자가 홍업씨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사실도 같은 차원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현대 삼성 이외의 기업이 홍업씨에게 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고 보강수사를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또 다른 재벌의 2세가 홍업씨와 그의 측근들을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한 사실도 밝혀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홍업씨 일행의 필리핀 여행이 단순여행에 지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그 여행이 ‘굉장한 여행’이었다는 얘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과 성원건설측 관계자는 수차례의 확인요청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한진그룹의 조 부회장측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고, 성원건설의 전 회장측은 “(회장이) 현재 지방에 체류중이기 때문에 연락할 수가 없다”고 알려왔다.
백승구 기자 eag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