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는 동생은 금융업계 종사자인 돌싱남 A를 소개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언니, 이 분 재산이 20억이래. 무조건 잡아.” 그리고 또 다른 동생은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한 공기업의 연구원인 돌싱남 B와 다리를 놓아주면서 “언니, 이 회사 아무나 들어가는 데 아니래. 연봉이 1억은 넘고 집안도 빵빵하대”라고 적극 추천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이혼남이면 어때. 애도 없는데. 나 같으면 만나본다”라고 말했다.
이런 제안을 받고 나는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내 나이를 생각하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이혼이란 게 무슨 큰 죄도 아닌데 만나본다고 무슨 큰일이 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며칠 간 고민 끝에 내린 나의 결정은 ‘노’였다. 당시 다른 자리에서 소개받은 ‘덜 잘나가는 노총각’을 만나고 있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무엇보다도 이혼을 한 이유가 마음에 걸렸다. 재산이 많건 적건, 또 직업이 무엇이건 간에 나에게는 일단 ‘왜?’가 가장 중요했는데, 그 ‘왜?’가 불분명했던 것이다.
물론 ‘왜 이혼을 했느냐?’고 물으면 남자 쪽에서는 ‘여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말할 테고, 또 여자 쪽에 물으면 ‘남자에게 문제가 있었다’라고 말하는 게 당연한 일일 테다. 위의 두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결같이 “여자가 너무 사치를 부렸대” “남자는 한국에 들어와서 살길 원했는데 여자가 계속 미국에 남고 싶어 했대”라는 것이 이혼 사유였다.
그리고 이렇게 돌싱을 소개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한 동네 여자 후배 C가 있다. 평소 “난 돈 많은 남자면 무조건 돼. 이혼남이어도 좋고, 심지어 유부남이어도 좋아”라고 말하고 다녔던 C는 결국 결혼정보회사에서 남자를 만나 3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돌싱도 아닌 데다, 원하던 대로 주유소를 운영하는 부잣집의 차남에게 시집을 가서 현재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제적 여유를 누리면서 살고 있다. 결혼 당시 남편은 백수였지만, 그런 건 C에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C를 보면서 거부감이 든다고 말하는 내게 지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C처럼 사는 게 현명한 건지도 몰라. 적어도 C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잖아. 목표가 뚜렷하면 결과를 도출해내기도 쉽지.”
그러고 보니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면 돌싱을 소개받았을 때 ‘고’를 외칠지 말지를 고민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 같다. 물론, 돌싱에 대한 악감정이 있다거나 이혼이란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 답은 한결 간단해진다는 것이다.
김태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