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윈(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11년 12월 11일 열린 그랑프리에서 국내 최고의 말들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34팀 신우철 감독이 관리하고 있는 자타공인 국내 최강마다. 30전 22승 2위2회 3위1회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6세 후반기에 돌입해 폭발력은 젊었을 때에 비해 조금 못하지만 지구력은 여전한 모습이다. 지난 9월 한일교류전(1400미터)에서 인디언블루에게마저 뒤져 4위를 하는 수모를 당했지만 당시는 조경호 선수의 실수도 없지 않았다. 3코너를 돌면서 조경호 선수가 조금 늦추면서 뒤로 처졌는데 이것이 패인이 됐던 것이다. 큰 실수는 아니었지만 강한 마필들 간의 대결에서, 특히 단거리 경주에선 재추격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터프윈과 관련해서 주목할 부분은 부산광역시장배에서부터 선입으로 경주전개를 바꿨다는 점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진즉에 바꿨어야 할 주행습성이다. 그동안의 추입작전은 빠른 발을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감이 있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선입으로 바꾼 후 과거에 비해 훨씬 안정감이 있는 레이스를 전개하고 있다.
#상대마(1)=빛의왕자
4팀의 박윤규 감독이 관리 중인 3세 중반의 말이다. 11전 4승 2위5회를 기록 중이며, 한참 성장기에 있어 경주를 거듭할수록 걸음이 점점 튼실해지고 있다. 최근 3연속 2위에 그치고 있지만 가장 주의해야 할 마필로 꼽히고 있다. 최근의 경주는 모두 컨디션이 최상이 아닌 상황에서 출전했었고, 경주로도 가벼워서 추입마한테는 많이 불리했다. 특히 직전 경주는 주로상태가 ‘선행불패’로 분석됐을 만큼 빠른 흐름을 보였는데도 후미에서 총알 같은 추입력을 보였다. 한때 선입으로 경주운영을 했지만 추입으로 탈 때 가장 뛰어난 경주력을 보여줬다.
#상대마(2)=마리대물
박종곤 감독(1팀)이 관리 중인 마필로 19전 6승 2위3회 3위2회를 기록하고 있다. 순간적인 폭발력은 뛰어난 편이 아니지만 스피드와 지구력이 좋아 전 구간을 끈끈하게 뛰는 유형이다. 전형적인 선입형 마필로 출전마 중에선 빠른 말이 거의 없어 자기 스타일대로 작전을 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의 서울경마장은 앞선에서 버티는 경주가 많은데, 이 점도 마리대물한테는 유리한 흐름으로 보인다. 동일부중에서 베롱이를 2마신 이긴 적이 있고, 직전경주에선 2kg을 더 달고도 이번 경주 상대마로 떠오르고 있는 빛의왕자를 목 차이로 따돌린 바 있어 상대 전적에서도 유리한 입장이다.
#도전마=베롱이
임봉춘 감독(13팀)이 관리 중인 마필로 24전 5승 2위5회 3위3회를 기록 중이다. 데뷔 초엔 전형적인 추입마로 성적을 올렸지만 1군 진출 이후엔 순발력이 보강되고, 장거리에선 초반 경주 흐름이 빠르지 않아서 선두권에 가세해서 밀어붙이는 작전도 구사하고 있다. 자유마라 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분석으로는 추입으로 타면서 서서히 거리를 좁힐 때 가장 뛰어난 경주력을 보였다. 추입마지만 순간적인 폭발력도 겸비한 마필이라 선두권이 지치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이번 경주 흐름이 느리면 기회를 못잡을 수도 있지만 흐름이 빨라진다면 막판에 좋은 기회를 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복병마=인디언블루
서인석 감독(33팀)이 관리하고 있는 3세 암말. 11전 3승 2위2회 3위4회의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대상경주 단골 출전마다. 암말이지만 강단 있고 특히 뒷심이 막강해 이번 경주 최고의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유승완 선수와 호흡을 맞춰왔는데, 진로가 막히거나 늦출발을 하는 등 불운이 계속돼 능력만큼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다 한일교류전으로 치러진 직전경주에서 이쿠야스 선수로 바꿨는데 터프윈과 일본의 강자 빅걸리버까지 제치며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800미터 경주에서 3위를 한 적이 있지만 2000미터 경주엔 출주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변수마=해동천왕, 힘짱
해동천왕은 48팀 김대근 감독이 관리 중인 마필로 17전 7승 2위5회 3위1회를 기록 중이다. 나이는 4세 중반에 불과하지만 전적이 말해주듯 능력은 어느 정도 드러난 말이다. 순발력과 지구력을 두루 갖춘 마필이지만 선천적인 우측뒷다리 골편 기형을 갖고 있어 더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경주 자력으로 입상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욕심없이 따라가면 어부지리는 얻을 수 있는 전력이다.
3팀의 최영주 감독이 관리하고 있는 힘짱은 3세 중반기의 마필로 한창 성장세에 있는 말이다. 7전(4승 2위2회) 만에 1군 무대에 진입했으며 선행과 선입을 자유로이 구사하고 있다. 힘이 조금 덜 찬 상황에서 2000미터 장거리 경주를 처음 맞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마필의 성장세를 보면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밖에 아담원, 담양축제, 리멤버불패, 그린엠파이어, 물안개, 동서대륙 등이 출전하고 있지만 일반경주가 아닌 대상경주에선 입상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시용 프리랜서
초반 오버페이스는 ‘위험’
최근의 경주흐름이 무척 빠르지만 2000미터 장거리 경주는 다르다. 지난번 장관배(2000미터)에서도 경주흐름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너무 일찍 선두권에 가세한 말들은 참패를 당했다. 그만큼 2000미터 경주는 힘든 경주다. 특히 서울경마장은 출발부터 2코너까지 약 700미터가 오르막이기 때문에 이 구간에서 힘을 과도하게 쓰는 경주마들은 종반에 뒤로 처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경주는 선행 위주로 달리는 전형적인 선행마는 없기 때문에 초반 경주추리는 매우 어렵다. 터프윈, 해동제왕, 힘짱, 동서대륙이 비교적 빠른 말이라 선행은 이들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터프윈이 인코스를 배정받는다면 자연스레 선행을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빛의왕자의 선두력도 이 편성에선 상당히 빠른 편이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선점해 선입권이나 중간쯤에서 따라갈 것으로 보이고, 마리대물은 선입권에서 따라가다 뒷직선 주로에서 바짝 따라붙으며 선두권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베롱이는 중간쯤에서 추격할 듯하고 인디언블루는 후미에서 힘을 안배하고 있다가 3코너 지나서 대시를 할 듯싶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