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원로목사가 지난 21일 배임·탈세 혐의에 대한 3차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는 모습. 구윤성 인턴기자
이번 배임사건은 지난 2000년 조희준 전 회장이 국민일보 평생독자기금 225억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일에서 시작됐다. 같은 해 조 전 회장은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아이서비스의 주식을 발행했다. 조 전 회장은 1주당 10원에 불과한 이 주식 30만 주를 국민일보판매주식회사에 고가에 팔아 약 200억 원에 이르는 차익을 남겼다. 이 주식은 다시 유령회사인 경천인터내셔널을 거쳐 피고인 조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문화원으로 넘어갔다.
2002년 11월 문화원은 이 주식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소유하고 있던 시가 202억 원가량의 영산아트홀(국민일보 지하 2층 소재)과 맞바꿨다. 그 직후 문화원은 청산절차를 밟아 없어졌다. 이러한 연이은 내부거래를 통해 주식의 가격은 8만 6000원대까지 부풀려졌다. 결국 교회가 주식을 턱 없이 비싼 가격에 사들인 셈이 됐다.
21일 오전에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조 아무개 교회 총무부장이 출석했다. 조 씨는 “조용기 목사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총무국장에게만 지시받아 일했다. 나로선 총무국장과 당회장의 관계를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씨는 조 목사의 지시 여부나 주식가격이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대한 내막, 조 목사와 당시 총무국장의 관계 등을 전혀 몰랐고 총무국장의 지시대로만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결국 “당시 총무국장의 지시로 내가 허위 서류를 2004년 6월에 뒤늦게 작성했다”고 고백했다. 또 그는 “장로회의록을 비롯해 사문서 위조를 하면서 신변의 불안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피고인 조용기 측 변호인은 2차 공판에서와 동일한 논리를 폈다. 총무국장이 교회의 가장 핵심적인 직책이며 최고 신임을 받는 자리이므로 조 목사 모르게 아랫사람들이 결정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교회에서 ‘대인’이라고 불린다”고 주장했고 증인 조 씨는 이에 대해 “영적으로 훌륭한 분이라는 의미다. 일을 믿고 다 맡긴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장은 변호인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 핵심을 질문해라. 지난 심문과 겹친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변호인은 또 “아이서비스의 대주주는 조희준이 아니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주) 대표”라며 “아이서비스는 교회 산하의 용역회사로 내실 있는 회사”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종교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8만 6000원대까지 고평가된 주식을 정몽규 대표에게 1만 6000원에 판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후에 재개정한 재판에선 피고인이자 검찰 측 증인으로 박 아무개 교회 장로가 출석했다. 박 씨는 순복음교회에서 김 아무개 씨 뒤를 이어 총무국장을 지냈고 순복음선교회 사무국장, 문화원 이사장을 맡은 바 있다. 박 씨는 1971년 교회에 출석하면서 조 목사와 첫 인연을 맺었고 국민일보 이사 국민일보판매(주) 감사 교회 총무국장 등을 거쳐 피고인 조 목사 다음의 2인자 자리인 기획조정실장에 오른 교회의 최고 실세였다. 박 씨는 피고인 조희준이 설립하고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 대표였던 넥스트미디어홀딩스컴퍼니(NMC) 산하 용역회사였던 엔쿠르트닷컴 대표이기도 했다. 그는 2002년 12월 피고인 조희준의 뒤를 이어 문화원의 이사장이 돼 문화원 청산을 맡기도 했다.
법원에 들어서는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또 2002년 11월 28일, 아이서비스주식매매계약서와 영산아트홀 매입 제안서를 들고 차영 NMC 당시 대표와 함께 김 아무개 당시 교회 총무국장을 찾아간 인물이기도 하다. 재판에선 당일 있었던 일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왜 조 이사장이 직접 안 가고 차영 대표가 갔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그는 “차영 전 대표가 NMC 대표로서 그 일을 했다. NMC 직원 중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차 전 대표가 안내해 달라고 해서 따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식매매계약서 및 영산아트홀 매입 제안서는 NMC에서 직원들이 조희준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것으로 짐작했다”고 말했다.
재판은 조희준 측 변호인의 반대심문으로 이어졌다. 변호인은 “조희준은 <국민일보>를 비롯해 10여 개 업체를 운영하면서 문화원 업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1999년 현대방송을 인수하고, 2001년 되팔아서 90억 원의 이익을 보게 했다. 또 그 직후 있었던 언론감사로 인해 여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씨는 “차영 대표와 함께 가면서도 무슨 내용인지 몰랐다”며 “난 겉장만 봤다. 주식은 전혀 몰랐고, 영산아트홀 취득은 현금으로 매입한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해 의문을 남겼다. 청산인 자격으로 문화원 청산에 참여하면서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영 대표가 단독으로 한 일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아니다. 차영의 뒤엔 조희준이 있지 않나”면서 “하지만 조 목사와 직접 접촉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주식매입과 문화원 청산을 둘러싸고 변호인과 증인 박 씨 사이에 팽팽한 입장 차이가 반복됐다. 변호인이 ‘피고인 조희준이 문화원 청산에서 일부러 배제된 것이며 구속 중 조 씨가 주식을 매입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씨는 자신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며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자신이 알 바가 아니라며 강하게 맞섰다. 그는 “차영 당시 문화원 이사가 나보고 (이사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맡은 것”이라며 “월급도 없고 권한도 없는 자리다. 누가 하고 싶겠나? 당시 나와 조희준은 변호인 주장처럼 적대적 관계가 아니었다. 내 이름 써넣고 NMC 직원들이 도장만 쾅쾅 찍은 것이다. 목사님 아들이니 잘되라고 도운 것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인과 증인이 갑론을박하는 사이 갑자기 피고인 조용기가 두통을 호소하며 휴정을 요청했다. 조 목사는 “머리가 아파서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다”며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재판은 조 목사 측 변호인의 증인 심문을 다 마치지 못한 채로 오후 6시 30분에 폐정됐다. 한편 4차 공판은 오는 11월 11일 열릴 예정이며 검찰은 차영 전 NMC 대표를 증인으로 요청한 상태다.
신상미 기자 shin@ilyo.co.kr
조 목사 졸고 또 졸고…
공판을 마치고 나오는 조용기 원로목사. 구윤성 인턴기자
조 아무개 총무부장은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조 목사에게 깍듯이 인사를 한 후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조 목사와 나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밝혔다. 오후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총무국장은 조 목사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다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되도록 조 목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혐의도 벗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검사의 추궁에 끝내 “217억 원의 주식매매를 조 목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김 장로가 단독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때 피고인 조희준이 옆에 앉은 조 목사의 눈치를 살폈다.
신상미 기자 sh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