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큰손’들을 상대로 하는 이른바 ‘고급’ 지라시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일요신문>이 지난 9월 중순경 입수한 ‘지라시’의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 본지가 입수한 지라시는 금융권 거물들이 주로 구독하는 것으로 알려진 J 보고서. 매주 2~3회 발행되는 이 보고서는 A4용지 총 23페이지 분량으로, ‘정치, 사회, 언론’, ‘기업, 재계’, ‘금융, 증권’ 분야로 정보가 세세히 분류돼 있다.
정치 섹션에는 ‘박근혜 대통령, 러시아-베트남 세일즈 외교 뒷얘기’, ‘3자 회담 전화 통보 전말’, ‘안철수 민주당에 손짓’, ‘김무성의 위력 실감’ 등 유명 정치인의 실명이 그대로 게재된 정보들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고위급 인사라도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관련된 뒷얘기도 제법 상세히 적혀 있다. 일례로 민정수석이 시간대별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마치 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자세히 정리돼 있다. “오후 2시,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춘추관을 찾아 ‘3자회담’을 공식 제안했는데 그때 김한길 대표는…”, “오후 3시, 민병두 본부장이 이정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오후 4시 30분, 민주당 대책회의가 끝난 뒤 김관영 대변인은…” 이런 식이다.
‘기업-재계’ 부문으로 가면 내용은 더 적나라하다. ‘전두환 추징금 불똥 튄 재계 인사’, ‘D 그룹 회장, O 그룹 회장 찾은 사연’, ‘S 전자 정부납품 직원 대거 퇴사조치’ 등 내부자만이 알 수 있을 것같은 기업 첩보들이 가득하다. 또한 실제 업체명이 그대로 적시돼 있었다(본지에서는 이니셜로 처리했다).
‘금융-증권’ 분문에서는 ‘D 건설 회사채시장서 외면’이라는 제목의 정보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최근 친박 최측근 인사와 부적절한 루머에 이름을 올렸던 업체라는 이유 때문이었는지 좀 더 상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편 이 ‘고급’ 지라시는 서문을 통해 “제목도 기사다. 현안과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배치했다. 순서대로 읽어내려 가면 전체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될 것”이라고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주고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 한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사실인 양 적어놓은 것도 모자라 고액의 돈을 받고 판매까지 하고 있어 문제”라면서 “(지라시의) 내용 또한 상당히 구체적이지만 기사 형식으로 적시하다 보니 혐의를 적발해 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