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6일 박근혜 후보를 위한 ‘SNS 불법선거운동’ 의혹 사건 관련자인 윤정훈 소셜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표(오른쪽)와 권봉길 새누리당 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장이 이 사건을 적발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는 모습. 윤 대표는 최근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 당시 트위터 글을 올릴 때 허위 사실을 올리거나 지속적인 모욕을 하는 그런 차원은 아니었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대선 후보에 대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나름 분석하고 글을 올리다 보니까 네거티브적으로 된 측면이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후보나 문재인 후보를 싫어하는 감정은 전혀 없다. 최근 2심 판결까지 유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대법원에서도 역시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공식적으로라도 만나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새누리당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2년 3월경 구창환 원장(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국민소통위원회 부위원장)이 국회의원 보좌관들 SNS 교육을 해달라고 한 게 계기가 됐다. 그 당시만 해도 박근혜 후보를 그리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라 그저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한번은 SNS에 박근혜 후보에 대해 비판 글을 올렸는데 SNS와 관계된 어떤 분이 ‘부정적인 글은 삭제해 달라’고 부탁을 하더라. 그래서 삭제를 했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서 그 분과 만나게 됐다. 점심을 먹으면서 3시간 정도를 얘기했는데 박근혜 후보 지지에 대한 진심어린 호소에 마음이 바뀌게 됐다.”
- ‘그 분’이 혹시 새누리당 측 관계자는 아니었나.
“당 관계자도 아니었고 나이도 많은 분이다. 진심 어리게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설명하더라.”
- 새누리당에서 디지털정당위원회 부위원장과 SNS 미디어본부장을 역임하지 않았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면서 당사에서 당원들을 상대로 SNS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는 깊게 생각하고 한 게 아니라 비즈니스 하는 차원에서 그냥 하겠다고 했다. 디지털정당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2012년 10월경에는 SNS 미디어본부장을 맡았다. 당시는 대선을 앞두고 조직을 확대하는 시점이라 추천만 하면 바로 임명장이 나왔다. 그래서 내가 받은 임명장만 12장에 달했다. 사실 다들 이름만 그럴싸하지 진짜 SNS 핵심 담당은 따로 있다.”
- 여의도에 ‘십알단’ 사무실은 어떻게 차린 것인가.
“사무실은 2012년 10월 초순부터 들어갔다. 그 전에 한 대형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었는데 9월 중순경 구조조정으로 권고사직을 당하고 ‘이제 독립할 때가 됐나보다’라고 사무실을 따로 차린 것이다. ‘십알단’이라는 이름도 나꼼수가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저를 다룰 때 네이밍을 한 것일 뿐이다.”
- 십알단에 직원이 7명이 있지 않았나.
“직원은 아니고 교육생들이었다. 대형교회에서 부목사로 재직할 때 인터넷 선교센터에서 SNS을 가르쳤던 학생들이다. 그런데 내가 권고사직으로 독립해서 나가게 되니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와서 또 다시 가르친 것이다. 사실 그 친구들 집이 여의도에서 상당히 멀었는데 그런데도 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무실에서 교육을 계속 한 것이다.”
- 트위터 활동은 어떤 방식으로 했나.
“내가 글을 쓰고 교육생들이 자발적으로 리트윗을 했다. 실습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일 뿐 리트윗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교육생들에게도 ‘이거는 선거운동이 아니다. 내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지만 여러분 계정에서는 한건도 올리면 안 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교육생들 중에 새누리당 당원은 한 명도 없었다.”
- 당 차원에서 재정적인 지원은 없었나.
“당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은 적은 없다. 그 부분은 이미 검찰 조사에서 다 무혐의로 처리됐다. 새누리당이 SNS에는 거의 돈을 안 썼다. 강의비도 적게 주더라. 새누리당이 선거운동 비용에서 10%만 SNS에 투자했어도 더 크게 이겼을 것이다.”
한편 2012년 12월 16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는 윤 목사가 지인에게 말하는 녹취록을 입수해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윤 목사는 “박근혜 후보의 수석보좌관이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돕게 됐다”, “나를 지원하는 분이 국정원과 연결되어 있다. 공짜로 하는 게 아니다”고 얘기한 바 있어 파문이 일었다. 이에 윤 목사는 여의도 당사에서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보좌관은 고 이춘상 보좌관이다. 이 보좌관이 SNS를 담당하다 보니 보수 파워 트위터리언인 저와 만났을 수도 있다”, “국정원은 국정일보와 국정방송을 지칭한 것이다. 내가 착각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국군 사이버사령부, 윤정훈 목사의 SNS 불법 대선운동 ‘3각 연계설’을 제기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권봉길 위원장은 이전에 교회에서 부목사로 재직할 때 SNS 교육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SNS의 중요성, 경제성을 설명하다보니 ‘사업을 같이하고 싶다’고 제안해왔다. 그래서 여의도 사무실 비용을 각각 나눠서 부담하게 된 것이다. 당시 제가 장비를 사는데 2000만 원 정도 사비를 썼고 권봉길 위원장이 임대비 등을 내게 됐다.”
- 최근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언급한 국정원, 국군 사이버사령부, 윤정훈 목사의 ‘3각 연계설’이 부각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이나 보좌관들이 트위터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나와 국정원이 트위터 글을 ‘주고받았다’고 했는데 만일 그렇게 되려면 서로 올린 글을 리트윗해야 한다. 그런데 국정원 직원들이 내 글을 일방적으로 리트윗 한 흔적만 있을 뿐 내가 국정원 글을 리트윗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예를 들어 박근혜 선거 캠프에서 글을 올리면 내가 그것을 리트윗을 하고 국정원이나 사이버사령부가 그걸 다시 알티를 하는 식이었다. 국정원 계정 ‘누들누들’과 연계되었다고 하는데 기사를 보고 알았지 국정원 계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감사에서 나와 국정원 연계와 관련해 ‘보고 받았다’고 답했지만 사실 그것도 잘 모르고 얘기한 것일 게다.”
대선 당시 ‘누들누들’ 계정을 사용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은 지난해 9월 19일 윤정훈 목사가 트위터에 올린 “안철수, 제발 곱게 잠드소서. 밤마다 대통령 꿈꾸지 마시고요”라는 글을 리트윗했다. 군 사이버사령부 530단 요원 또한 지난해 6월 3일 “남북국가연합하려고 임수경 국회의원 앉힌 민주통합당 종북 실체 드러났군요”라는 윤 목사의 글을 리트윗한 바 있다.
- 그렇다면 국정원 직원이 대선 당시 트위터를 사용했다는 것도 몰랐나.
“나는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전문가 입장에서 비즈니스 제안을 했을 것이다. 사이버사령부 역시 뉴스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 대선 당시 국정원이 박근혜 후보 캠프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의혹이 계속 확산 중이다. 어떻게 보나.
“캠프의 공식적인 SNS 담당은 김철균 SNS본부장이다. 그분이 MB 정부 때 청와대에도 있었고 국정원 사건도 MB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지 않는가. 예를 들어서 김 본부장이 전화만 하면 다 알 수 있었을 수도 있다. 공식적인 직함을 가진 분이 만약 그 사실을 안다면 연관이 확실히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밝혀질지 모르겠다.”
- 2심에서 형이 그대로 유지됐다. 억울한 부분은 없나.
“사무실을 차린 것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참 억울한 부분이 있다. 나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구속된 거지만 형평성으로 따져보면 원세훈 원장도 구속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목회자로서 이미지 타격도 있고 최근 국감에서 또 이름이 언급되다보니 상당히 난감하다. 새누리당에도 서운한 게 많다. 인간적으로 구속까지 되고 나니까 정말 열 받고 서운했다. 역차별이라는 게 있듯이 오히려 나를 보호하면 불통이 튀니까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 정치적인 제의는 없었나.
“새누리당에서 사람을 보내거나 그런 제의가 있지도 않았다. 나도 그럴 마음이 없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다만 대북심리전 차원에서 한 활동들이 선거활동처럼 오해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고, 사실상 여야가 잘 양보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SNS로 여론 조작 논란
윤정훈 목사는 SNS 전문가로 현재 소셜미디어커뮤니케이션 CEO를 맡고 있다. 보수 쪽 트위터리언으로 통하는 윤 목사는 현재 팔로어 수가 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트위터계 유명인사다.
윤 목사는 지난해 12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위해 유리한 글을 올리는 등 직원 7명을 두고 불법 선거운동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한 바 있다. 당시 사무실에는 박근혜 후보 명의의 임명장이 다수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해당 사무실은 ‘십알단’이라는 이름이 붙고 윤 목사는 ‘십알단 단장’으로 칭해지기도 했다.
지난 2월 기소된 윤 목사는 8월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상당한 조직을 갖추고 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원심의 양형이 적절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윤 목사는 대법원에 상고를 한 상태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