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애 씨는 이번 도시락 사업이 ‘레전드코리아’의 시범 사업이라며 은퇴한 국가대표선수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구윤성 인턴기자
“은퇴 후 보험설계사, 트레이너, 외제차 딜러 등 많은 일을 했다. 사회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 겁 없이 무엇이든 도전했던 것 같다. 최근까지는 칼국수 식당을 운영하면서 정신없이 지냈다. 그러다보니 응원해 주시던 팬들과의 만남도 뜸해졌다. 방송에 나오면 ‘못생겼다’는 악플이 달릴까봐 일부러 피한 것도 있다(웃음).”
― 최근 은퇴선수들이 모여 설립한 협동조합을 통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은퇴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레전드코리아’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협동조합은 창업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조합원이 있으면 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마케팅을 도와준다. 이번 도시락 사업은 시범 사업 중 하나로 보면 된다.”
― 은퇴할 당시 ‘돈을 많이 벌어서 은퇴한다’는 시선도 있었다. ‘생활고’와 ‘임춘애’는 매치가 잘 되지 않는다.
“생활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자신의 ‘종목’과 관계없는 업종에 종사하며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 협동조합을 통해 사업을 하는 것이 은퇴한 국가선수들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이미 요식업 사업을 한 적이 있다. 누구보다 어려운 업종이라는 것을 공감했을 텐데.
임춘애(오른쪽)의 선수시절 모습.
― ‘라면소녀’라는 별명이 지겨울 것 같다. 차라리 라면사업에 정면으로 도전하라는 말도 들었다고 하는데.
“‘라면소녀’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사실 운동을 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 누가 라면만 먹고 체력을 유지할 수 있겠나. 운동선수 시절에는 체력관리를 위해 삼계탕, 도가니탕 심지어 뱀탕까지 먹으면서 운동했다. 코치님이 휴식시간에 간식으로 끊여주신 라면이 화제가 되면서 라면만 먹고 운동한 ‘라면소녀’가 돼 당시에는 그 별명이 속상하기도 했다. 이런 노이로제를 아는 지인이 이번에 도시락 사업을 시작한다니까 정면으로 노이로제에 맞서라며 라면사업을 하라는 우스갯소리도 하더라. 이제는 실제로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은 여유가 생겼다.”
― 여전히 건강해 보인다. 어머니로 사업가로 살아가려면 선수시절과는 다른 체력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은퇴하고 나서 8년간은 트레이닝 복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너무 힘들게 훈련을 한 기억 때문인지 한동안 운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마라톤 코치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나는 운동을 ‘이겨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마라톤을 하는 분들이 운동을 ‘즐거운 것’으로 생각하더라. 그 이후로 걷기나 조깅 같은 간단한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요즘은 일주일에 3~4일은 가볍게 운동을 한다. 그런데 아직 애들 운동회에서 ‘학부모 달리기’ 같은 프로그램은 부끄럽고 부담스러워서 참가하지 못하겠더라.”
- 겁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 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것 같다.
“사업을 하면서 내성적이던 성격이 많이 변했다. 여전히 후배들 앞에서는 엄한 선배지만 선배들과 술 한잔 할 때는 애교도 부리고 한다. 스스로 이런 말하기 부끄럽지만 생각도 깊어지고 신중해졌다. 자신이 없었다면 ‘임춘애’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스스로 모든 결정을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면 지금은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가장 달라진 점이다. 예전 국민에게 받았던 과분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