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7차전 승리 직후 삼성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독특한 세리머니를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역대 포스트 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팀은 단 2팀이었다. 1992년 롯데와 2001년 두산이었다. 하지만, 정규 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본 팀은 단 한 팀도 없었다.
정규 시즌 4위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올랐을 때 많은 야구인은 “두산의 우승 확률이 0%”라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것만으로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로 앞서던 두산은 끝내 삼성에게 역전을 당하며 우승 확률 0%의 법칙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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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넥센은 가장 뜨거운 팀이었다. 2008년 현대 인수 이후, 포스트 시즌 진출은 고사하고, 5위도 경험하지 못했던 넥센은 올 시즌 초반까지 정규 시즌 1위를 달리며 파란을 예고했다. ‘초보 같지 않은 신임 사령탑’ 염경엽 넥센 감독의 정교한 작전과 구단의 파격적 지원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한때 김민우의 이탈과 얇은 선수층을 극복하지 못하고, 4강권 탈락의 고비까지 치달았지만, 넥센은 2군에서 외야수 문우람, 선발투수 문성현 등 ‘젊은 피’를 수혈하며 위기를 넘어섰다.
결국 시즌 3위로 창단 이후 첫 포스트 시즌에 오른 넥센은 4위 두산을 맞아 1, 2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3차전부터 조급증과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3연패 한 끝에 결국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삼성은 75승 2무 51패로 정규 시즌 1위에 올랐다. 2011년 이후 3년 연속 정규 시즌 1위였다.
1980~1990년대 프로야구의 절대 강자였던 해태(KIA의 전신)나 2000년대 최강팀 SK도 이루지 못한 쾌거였다.
또한 2011, 2012년 한국시리즈에 이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정규 시즌 1위-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삼성은 이 대업을 달성하고자 모든 전력을 한국시리즈에 맞췄고, 결국 7차전까지 가는 두산과의 대접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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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홍성흔, 니퍼트.
과감한 투자가 통했던 것일까. 두산은 올 시즌 4위로 포스트 시즌에 턱걸이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만약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대권을 차지했다면 1982, 1995, 2001년 이후 4번째 우승이었을 터. 그러나 두산은 삼성에 4승 3패로 패하며 꿈에 그리던 4번째 우승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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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두산 내야수 최준석의 홈런은 7개였다. 정규 시즌 홈런 순위 공동 35위였다. 이 정도면 ‘거포’라곤 부르기엔 부족하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도 최준석의 홈런은 6개밖에 되지 않았다. 리그에서 가장 체중이 많이 나가는 최준석의 홈런수가 이렇듯 적다보니 포스트 시즌에서 그를 주목한 야구관계자는 거의 없었다.
실제로 최준석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3차전부터 주전 4번 타자로 출전한 최준석은 연일 장타를 기록하며 두산 타선을 이끌었다. 그가 이번 포스트 시즌에 기록한 홈런은 6개. 100경기를 뛰고 7홈런에 만족했던 최준석이 포스트 시즌에선 단 14경기에서 6홈런을 기록하자 야구팬들은 그에게 ‘하느님 부처님 준석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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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3가지 있다면 그건 사랑, 행복,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다.” 모 야구해설위원이 시즌 전 들려준 전망은 그랬다. 그는 “LG가 오프 시즌 기간 중 팀 전력강화에 무진 애를 썼지만, 과연 그 노력이 시즌 성적에 반영될지 의문”이라며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LG는 5, 6위 전력”이라고 평했다.
LG는 10년간의 암흑기를 보내고 올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왼쪽은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LG 트윈스
시즌 전 “이번에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면 어떤 의미에서든 책임을 지겠다”며 배수진을 쳤던 김기태 LG 감독의 벼랑 끝 승부는 결국 성공으로 귀결됐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기적 같은 상승세에 자극받아 한국시리즈 우승팀으로 LG를 꼽기도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라이벌’ 두산에 1승 3패로 패하며 1994년 이후 20년 만에 꿈꿨던 한국시리즈 우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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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트 시즌 관심도는 예년에 비해 다소 저조한 편이다. 시청률 1등 공신 롯데와 KIA가 빠진 데다 LG가 플레이오프에서 낙마한 탓이 컸다. 방송가는 ‘상대적으로 비인기 팀들인 넥센, 두산이 포스트 시즌에 오른 것도 시청률 저조에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 저조를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MBC SPORTS+의 한 PD는 “넥센, LG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며 가을이면 소외됐던 두 팀 팬들이 TV 브라운관 앞에 앉았다”며 “새로운 야구팬들이 생겨났다는 것만으로 장기적 안목에선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특히나 이 PD는 “순간 시청률만 따지자면 이번 포스트 시즌은 역대 어느 가을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며 그 한 예로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들었다.
두산과 넥센이 맞붙은 준플레이오프 5차전 9회 말. 넥센 4번 타자 박병호가 2사에서 터트린 극적인 3점 홈런은 많은 야구팬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순간 시청률도 높아 박병호가 홈런을 칠 때 시청률은 12%까지 올랐다. 이는 역대 포스트 시즌 순간 시청률 가운데 기록적인 수치로, 방송가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중계도 순간 시청률도 10%는 넘은 적이 없다”며 “박병호의 홈런으로 한국 프로야구가 시즌 말미에 메이저리그 시청률을 꺾었다”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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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진욱 감독
두산 관계자도 “감독실에 비치한 인스턴트 50개짜리 봉지가 어느 날 가보니 텅 비어있었다”며 “감독님께서 포스트 시즌 들어 더 많이 커피를 드신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포스트 시즌에서 16경기를 치렀다. 경기당 커피 20잔을 마셨으면 시리즈 기간에만 총 320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김 감독은 “혹시 커피 회사에서 모델 제의가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사항을 밝혔으나, 내과 의사들은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건강에 해롭다”며 김 감독에게 병원 진단을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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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6억 원이다. 이는 삼성 마무리 오승환의 국외리그 진출 시 예상 몸값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한 오승환은 소속팀 삼성의 허락만 맡으면 자유롭게 국외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삼성도 이미 “꿈을 이루게 도와주겠다”고 오승환과 약속한 터라, 그의 국외리그 진출은 시간문제다. 관건은 몸값이다. 일본 프로야구 복수의 구단은 오승환을 영입해 마무리로 삼으려 한다. 일본야구계에서 회자하는 오승환의 몸값은 5억 엔이다. 하지만, 미 메이저리그에선 오승환을 ‘천만 달러 사나이’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마리아노 리베라의 은퇴로 마무리에 공백이 생긴 뉴욕 양키스는 “2년에 1000만 달러를 줘서라도 오승환을 영입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가뜩이나 일본인 마무리 우에하라 고지가 소속팀 보스턴 레드삭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아시아 마무리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외리그 스카우트 사이에선 “오승환이 한국시리즈에서 호투하며 그를 둘러싼 영입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말이 돌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