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총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임 씨는 이미 지난 9월 자필 편지를 통해 “내 아들은 채 전 총장의 친자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랬던 임 씨가 추가적으로 언급할 내용에는 무엇이 있을까. 임 씨의 입장 표명을 앞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임 씨가 “사실 내 아들은 채 전 총장의 친자가 맞다”라는 이전과는 전혀 상반된 충격주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이 분석하는 ‘임 씨가 할 수 있는 입장 표명’의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다. ‘아들에게 유전자 감식을 받게 할 의향 없다’ ‘내 아들은 채 전 총장의 친자가 아니다. 더 이상의 취재를 시도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 ‘내 아들은 채 전 총장의 친자가 맞다’ 등의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맨 마지막 내용과 달리 앞의 두 가지 사항은 임 씨가 굳이 입장표명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아도 될 내용”이라면서 “몇몇 법조인들은 임 씨가 ‘처음에는 채 전 총장의 친자인 줄 알고 키웠는데 뒤늦게 알고 보니 아니었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임 씨가 과거 자신의 파출부였던 여성 A 씨의 최근 주장에 대해 해명을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임 씨의 파출부 A 씨는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임 씨의 집에서 일하며 채 전 총장과 임 씨 모자가 가족처럼 어울리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는 내용의 주장을 한 바 있다.
한편 임 씨가 어떤 내용의 발언을 하게 될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가운데 차기 총장이 인선되는 과정에서 갑작스레 침묵을 깬 임 씨의 태도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여권과 인연이 많은 임 씨가 차기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다시 한번 채 전 총장에게 매질을 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검찰 내부에서 채 전 총장을 따르는 이들이 많고 채 전 총장이 임명한 윤석열 국정원사건 팀장이 최근 외압으로 수사를 이행하지 못하자 채 전 총장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호의적인 상황이다. 때문에 갑작스레 임씨가 모종의 발표를 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임 씨의 모종 발표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임 씨의 외삼촌 주 씨가 경영하고 있는 모 건설업체의 실소유주가 여권의 한 인사라는 의혹, 친 이모 주 씨가 한때 친박연합에서 활동하며 박근혜 대통령 친척인 박 아무개 씨와 절친한 사이였던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임 씨의 은닉을 도와왔던 주 씨 측과 여권 사이에 모종의 연합이 형성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유전자 감식을 안 받고 조용히 살겠다.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으면 굳이 발표를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지나가버리면 조용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씨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수상하다”고 말했다.
한편 임 씨의 돌발 행동에도 채 전 총장은 여전히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러모로 억울해할 수 있는 채 전 총장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은 주변과의 연락을 끊은 채 혼외아들 논란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채 전 총장은 조선일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한 이후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유전자 감식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임 씨 측과 접촉할 방안을 강구해왔던 것으로도 알려진다. 채 전 총장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 몇몇은 “거짓말할 줄 모르는 채 전 총장의 성정상 당장은 억울하더라도 ‘기나 긴’ 소송전을 통해 명예회복을 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들은 “채 전 총장이 소송전을 대비하기 위해 한국을 떠날 계획도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 확실치 않다”며 “다른 쪽에선 채 전 총장이 소송 자금 마련을 위해 변호사 개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도 들었다. 총장직까지 올랐지만 채 전 총장의 살림살이가 의외로 단출해서 소송전을 벌일 만한 자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