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대표가 하반기 국회의장에 거론되고 있어 황 대표 본인으로선 지방선거를 최대한 비켜가야 유리하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못 먹어도 고?
현 황우여 대표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현 체제를 바꾸려면 확실한 명분과 정치적 변수가 있어야 하지만,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게 큰 고민이다. 의원 개개인을 따로따로 만나보면 “관리형 대표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고 말들을 한다. 하지만 지금껏 황우여 대표 체제가 특별히 실기한 것이 없다. 끌어내릴 명분이 없는 셈이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황 대표 임기가 내년 5월까지다.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차기 당권 주자들이 조기 전당대회를 좋아할까?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면 새누리당이 선택받을 것이고, 대통령 지지율이 형편없어지면 새누리당이 심판받게 돼 있다. 조기 전대로 새로 뽑힌 지도부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도 있는데….”
황 대표 체제로 치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어찌 되든 황 대표 체제는 5월 이후 바뀐다. 그럴 바에야 지방선거를 치르고 물러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차기 지도부가 6월 말쯤 들어서면 선거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차기 재·보궐선거나 제20대 총선 공천권을 안전하게 행사할 수 있다. 힘 있는 지도부가 된다.
하지만 제19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에 ‘황우여’라는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땐 황 대표의 의장 연착륙이 가능하지만, 패배하면 어림없는 소리라고들 한다. 황 대표 자신으로선 지방선거를 최대한 비켜가야 유리하다.
# 이참에 승부수를…
하지만 당 지도부가 명분 없는 불명예 퇴진은 원치 않을 것이어서 이들 조기 전대 주창자들에게 ‘명분을 만들라’는 목소리가 있다. 그 명분 중 하나로 ‘국회선진화법’이 나온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한 국회선진화법 탓에 정기국회 파행이 불가피하니 이를 ‘없던 일’로 되돌리고 당 지도부가 물러나면 어떻겠느냐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차기 당권 주자들이 조기 전대를 원치 않는다는 점, 조기 전대로 누구 밑에 서려는 당내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 ‘먹히는 전략’ 비대위로?
차기 당권주자가 다치지 않고, 인적쇄신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대책위 혹은 선거대책위 체제론’도 나온다. 2011년 4월, 재·보선 필패로 구성된 비대위 체제를 그 해 말 박근혜 대통령이 이어받았다. 결과적으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새누리당으로선 ‘먹혔던 전략’이다.
정치권 동향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차기 당권 주자가 나서지 않는 속에서 비대위 체제로 가려면 외부수혈 위원장을 세우고 비대위나 선대위 체제도 모두 외부 인사로 채우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국면 직전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등 비대위원이 활동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당내 주자들에게 상처가 없고, 승리하면 인선한 비대위원을 차기 재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인사는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당직을 모두 내려놓고 임무를 정지한다.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한다고만 하면 진정성을 담보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위의 세 시나리오 중 어떤 것으로 결정하느냐에는 두 가지 변수도 작용한다. 하나는 ‘청와대의 의중’이고 하나는 ‘야권의 움직임’이다.
한 번 쓰면 오래 쓴다는 인사 스타일상 박 대통령은 황우여 대표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원칙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정보를 수집하는 한 기관 관계자는 “청와대나 정부, 여권에서는 대북, 외교, 국내 안보 이슈를 내년까지 끌고 가면 야권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민생 문제, 공공요금 인상 정국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특히 원조 친박인 서청원 의원이 친박계 결집에 나서고, 친박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가 원내 사령탑이어서 굳이 ‘선장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좀 더 지켜보자는 쪽에서는 야권이 연대를 이룰지 각자도생할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정의당 등이 야권연대에 나설 경우에는 비상한 각오로 지방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 여권 견제심리가 작동하면 필패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안 의원이 독자 세력화에 집중하고 민주당도 마이웨이를 선택할 때는 새누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야권의 표 분산이 이뤄지고 보수세력은 더욱 결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면 굳이 변화를 모색하지 않아도 된다.
정치권에선 ‘지방선거는 대통령이 치른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여권은 지방권력 쟁취에 무임승차할 수도 있다. 곧 있을 인사청문회와 내년 초쯤 이야기되는 개각에서 ‘박근혜식 인사’에 최대한 잡음이 일지 않아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인사에 대해서만큼은 국민정서가 임계치 가까이 왔다는 것이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