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그녀가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박은선이 소속되어 있는 서울시청을 제외하고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비공개 간담회를 했는데, 그 내용이 박은선의 성 정체성을 확실히 해달라는 것이었단다. 확실히 하지 않으면 내년 리그를 보이콧하겠다고 했단다. 좋은 선수에 대한 질투가 이리도 눈멀게 할 수 있다니. 당연히 인권 얘기가 나올 법하다.
남성에게 남자 같지 않다거나, 여성에게 여자 같지 않다는 말이 어느 시기에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안다. 더구나 화려한 열정의 춤이 자연스러운 10대, 20대에 성 정체성은 얼마나 중요한가. 박은선은 이렇게 말했다.
“월드컵 때, 올림픽 때도 성별검사를 받아서 경기에 출전했는데, 그 때도 어린 나이에 수치심을 느꼈다.”
사실 2010년, 아시안컵 대회 때 축구협회는 비겁하고도 한심했다. 개최국 중국의 상루이화 감독이 박은선의 성 정체성을 문제 삼자 박은선을 빼는 것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그렇게 대응하는 축구계이니 박은선의 방황이 심해지고 길어질 밖에.
축구를 하면서 배우는 세계는 단순히 승부의 세계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이기기를 원하는가. 승리의 정점에서 느끼는 기쁨은 존재감과 존엄성의 확인 아닐까. 자신도 다 알지 못했던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맘껏 쏟을 수 있는 장을 찾아서 기량을 뽐내는 과정은 스스로 자기 삶의 존엄성을 부여해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 세상이 가장 비겁하고 천박한 방법으로 ‘나’를 찌르고 ‘나’의 가치를 훼손하려든다면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 단순히 외모가 여성답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내쫓으려 하다니. 더구나 그들은 축구계의 대선배들이어서 스승이라 믿고 인사해온 사람들 아니었나. 그런 그들이 ‘나’를 두고 내 뒤에서 벌인 비겁한 행태를 젊은 날,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니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나도 내 할 일을 하련다. 단디(똑똑히) 지켜봐라. 여기서 안 무너진다.”
박은선의 결심이 절규 같아 안쓰럽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다. 나는 축구계의 어른들이 박은선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과해야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녀가 피눈물로 자기 앞길을 개척하지 않고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녀의 인권은 체육인 모두의 인권이다.
수원대 교수 이주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