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세대 차이는 부자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대대로 가업을 물려받은 일부 가문을 제외하면 대한민국 0.1%에 속하는 1세대 부자들은 대부분 자수성가형이다. 자신의 손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기에 일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하다. 워커홀릭(workaholic)의 표본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가정과 내 삶보다는 일이 우선이다. 또한 부지런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고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딱히 구분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힘들게 쌓아올린 부와 명성이기에 이를 다루는 것도 조심스럽다. 절약정신이 몸에 밴 터라 돈을 쓰는 것보다는 모으는 것에 열중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격’에 맞게 살 뿐 사치나 호화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 덕분에 노후준비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평생 일에 매달려온 1세대들은 은퇴 후 갑자기 자유로워진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긴 여가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쉬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쓸모없어졌다는 생각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1세대의 부를 그대로 물려받은 2세대 부자들의 삶은 딴판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자라온 이들은 치열하게 사는 것보단 여유로움과 효율성을 강조한다. 자유로운 출퇴근과 틈틈이 즐기는 취미생활은 그들에게 당연한 것이다. 또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성장한 덕분에 사업 방식도 다르다. 1세대들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가는 방법을 택했다면 2세대들은 트렌드와 사업성에 중점을 둔다. 물려받은 가업이 있더라도 향후 전망이 나쁘다면 과감히 사업을 접을 줄 아는 것도 2세대들의 특징이다.
소비방식도 2세대들은 화끈하다. 벌었으면 그만큼 가치 있게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2세대들은 명품도 합리적인 소비라 생각한다.
이러한 세대 차이는 해외경험이 일반화된 3세대들의 등장으로 더욱 간격이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