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급식·식자재부문을 떼어서 만든 삼성웰스토리 지분은 삼성에버랜드가 100% 보유한다. 삼성에버랜드의 연결재무제표상 자산에는 변화가 없다. 다른 계열사에 넘긴 것도 아니고, 그룹 내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곳도 없다는 점에서 회사 측 설명대로 순수한 사업상의 이유가 클 수 있다. 다만 이부진 사장이 맡은 호텔신라는 자체적인 식음료 사업부문을 갖고 있다. 따라서 향후 호텔신라 식음료부문과 이 부분이 어떤 형식으로든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부문 구조조정 관련, 후계구도까지 노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차녀 이서현 부사장, 장녀 이부진 사장, 장남 이재용 부회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9월 양수한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은 위의 두 가지 이유가 모두 해당된다. 전자부품 산업에 주력해야 하는 제일모직 입장에서 이질적인 패션사업부와 한솥밥을 먹는 것은 효율 측면에서 불리하다. 또 삼성에버랜드 입장에서는 내부 거래에 따른 매출이 큰 사업구조상 외부매출이 큰 사업부문을 가져와야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제일모직 패션 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 8000억 원, 영업이익 657억 원의 실적을 냈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에버랜드 매출액의 60%, 영입이익 50%에 해당하는 액수다.
그룹에서는 부인하지만 삼성에버랜드의 사업재편은 후계구도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 시장에서는 흔히 호텔과 레저는 이부진 사장, 패션은 이서진 부사장 몫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두 사람은 두 사업부문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이 없다.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영향력만 가졌다.
호텔신라는 삼성생명이 7.3%, 삼성전자가 5.1%, 삼성증권이 3.1%의 지분을 가졌다. 그런데 호텔신라를 삼성웰스토리와 연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호텔신라 총자산은 약 1조 7000억 원, 연간 영업이익은 약 1000억 원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총자산 1조 5130억 원, 연간 영업이익 625억 원 정도다. 엇비슷한 규모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삼성에버랜드가 40%가량의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단 이 경우 기존 삼성 계열사가 가진 호텔신라 지분은 정치권에서 금지할 가능성이 높은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하므로 해소돼야 한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증권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 대신 삼성웰스토리가 삼성계열사들이 가진 호텔신라 지분 16.9%를 사들이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순환출자 문제도 한 번에 해결된다. 재원은 차입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상장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제일모직에서 사온 패션부문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은 국민연금과 펀드들이 최대주주다. 이 부사장의 지배력은 없다. 패션부문을 가져오려면 자신이 8.37% 지분을 보유해 주요주주인 삼성에버랜드 안으로 끌어들여오는 게 바람직하다. 지배력이 0%에서 8.37%로 늘어난 셈이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레저·식음료를,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부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려면 총수 개인회사인 삼성에버랜드의 그늘이 가장 적합하다. 세 남매가 모두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자신 몫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도가 된 것은 향후 후계구도를 위한 회사분할을 용이하게 해준다.
즉 현재는 삼성에버랜드를 그룹지배부문(삼성생명 지분), 레저·식음료부문, 패션부문으로 각각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세 남매의 몫별로 나눌 수 있는 직전단계인 셈이다. 다만 삼성에버랜드가 가진 부동산 자산은 현재 그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 차례 자산재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견해가 많다. 이는 회사 분할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 될 전망이다.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 측은 순수한 사업상 이유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면서 “이번 사업재편으로 후계구도 완성에 한 발 더 다가간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보태 재계 관계자는 “지금껏 삼성그룹이 한 가지 이유로만 움직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항상 한 번 움직여 동시에 여러 가지 효과를 노린다”면서 “이번에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하면서 사업효율도 높이고, 동시에 후계구도까지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