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 전 KT 사장은 임기 3년차이던 지난 2007년 말 연임을 시도했다. 정권이 교체되면 연임이 힘들 것을 우려해 무리수를 둔 것이었는데 결국 남 전 사장은 2008년 11월 뇌물죄로 구속수감을 당하며 KT를 떠나야 했다. 이를 놓고 정가에선 ‘노무현 사람’이었던 남 전 사장이 괘씸죄로 물러났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남 전 사장 후임자가 바로 이석채 회장이다.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가깝던 이 회장은 개각 때마다 후보로 오르내리다 결국 KT로 둥지를 틀었다.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이 회장을 천거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정준양 회장 역시 이명박 정권 실세들 도움으로 포스코 수장 자리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기가 끝나지 않았던 이구택 전 회장은 국세청에 세무조사 로비를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2009년 초 사직서를 냈다. 이 회장은 “외압은 없었다”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선임된 이 회장이 사실상 쫓겨난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그 후 포스코 회장 임명 과정에서 박영준 전 차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이 정 회장을 밀었다는 의혹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이석채·정준양 회장의 연이은 사의 표명을 지켜보면서 문득 5년 전 장면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