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위원회에 참여한 위원들 일부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사진) 중징계 결정 관련 “검찰이 뒤통수 쳤다”고 주장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신문>은 감찰위원 일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약 3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던 문제의 감찰위원회 회의 때 ‘상부의 압력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익명을 요구한 감찰위원 일부와의 문답을 모은 것이다. 감찰위원 일부는 “감찰 회의 내용에 대해서 비밀 엄수를 해야 한다는 서약을 했다”면서도 “거짓말이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고민 끝에 인터뷰에 응했다.
—검찰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진한 2차장 검사에게 애초부터 ‘무혐의’를 내린 상태서 감찰위원회 회의가 진행시켰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그날 검찰이 감찰위원에게 제공한 보고서에는 (조 지검장과 이 차장에게는) ‘혐의 없음’이라고 딱 적어 놓았다. 게다가 윤석열 전 팀장에게는 마치 정직 3개월 이상에 준한 벌을 줘야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갔다. 그래서 어떤 감찰위원은 ‘이게 뭐하는 거냐. 검찰이 이미 다 정해놓고 주면 어떡하느냐’하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재밌는 사실은 감찰위원들 대부분이 이른바 ‘보수’ 인사들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잡음이 나왔다. 그만큼 검찰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인터뷰에 동석하지 않은 또 다른 감찰위원은 기자와의 사석에서 “검찰이 애초부터 ‘윤석열 전 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에게 징계를 주라는 식으로 몰아가니 당황했다”고 전했다.
—박형철 검사는 ‘감봉’의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정작 감찰회의에서는 박 검사에 대한 동정 여론까지 일었다고 한다.
“실제로 당시 회의에서 ‘박 검사에게 징계를 왜 내려야 하나’ 하고 반문하는 감찰위원들이 상당수였다. 한 감찰위원은 박 검사에 대한 검찰의 징계를 두고 ‘검찰의 다른 조직원들에게 상부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는 뜻의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했는데 이 말에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검찰은 감찰위원회 측에 조 지검장과 윤 전 팀장에 대한 조사 내용이 제대로 전달됐다고 하던데.
“누가 그런 소리를 하나. 8일 감찰위원 회의에는 진상규명의 구성요건이 결여된 자료가 제공됐다. 당시 검찰로부터 제공받은 보고서에는 사건에 대한 몇 가지 내용만 요약돼 있었다. 심지어는 윤 지청장에게 어떤 징계를 주면 좋은지 가이드라인까지 있었다.”
—어떤 내용의 가이드라인이었나.
“이번 사건 요약은 단 2~3줄로 간단히 적어놓고 그 옆에 ‘유사 사례’라며 임은정 검사의 사례를 자세히 적어놓았다. 그걸 보고 한 감찰위원은 ‘황당하다. 유치원생들한테 이렇게 결정하라고 친절히 알려주는 것 같다’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쉽게 말해 윤 전 팀장과 조 지검장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설명도 없이 검찰의 상부명령 불복종 사례들만 나열돼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12월 임은정 검사(39)는 1962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은 고 윤 아무개 씨에 대한 재심 결심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윤 씨에 대한 무죄 구형을 허락하지 않았고 임 검사도 검찰 측으로부터 담당 검사직에서 물러나라는 명령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임 검사는 상부 명령에 불복하기로 마음먹고 당일 재판 법정에 나가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잠그고 윤 씨에 대한 무죄 구형을 내렸다. 이후 임 검사는 징계위원회를 거쳐 정직 4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윤 전 팀장이 상부 명령에 불복종한 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나도 진실은 모른다. 다만 내가 받은 보고서에는 조 지검장의 주장이 반영된 내용만 있었다. 여기서 문제의 본질은 검찰이 이 사건 자체에 처음부터 ‘윤 전 팀장이 상부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프레임을 잡아 놓고 감찰위원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회의 자체도 감찰위원들이 자신(검찰)들의 뜻에 따르도록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검찰 측이 제시한 윤 전 팀장의 상부 명령 불복종의 근거는 무엇인가.
“달랑 세 줄로 요약했더라. 최근 일부 언론에 나온 내용보다 더 간단했다. ‘몇 월, 며칠 윤 전 팀장과 박 부팀장이 조 지검장의 집에 방문’, ‘윤 전 팀장이 새벽 시점에 조 지검장에게 단 2장의 보고서를 제시하며 허가를 받으려 함’ 이렇게 일지 형식으로 작성돼 있었다. 그때 동석한 검찰 측 연구관의 설명이 가관이었다.”
“그 연구관은 ‘이런 복잡한 사건을 단 2장으로 보고하려고 한 게 가능하느냐’면서 윤 전 팀장의 태도가 불순하다는 식으로 강조했다. 이에 한 감찰위원은 ‘저 인간이 누구 편을 드는 거야’라며 소리 죽여 못마땅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가 봐도 연구관이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이입해 조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대검 감찰 관계자도 윤 전 팀장에 대해 대놓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는데.
“그랬다고 생각한다. 감찰위원회 회의 시작 전 문제의 대검 관계자가 인사말을 하면서 윤 전 팀장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평했다. 한 감찰위원이 그런 불공정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대검 관계자에게 ‘윤 전 팀장은 사건 보고를 했다는데 왜 인정해주지 않느냐’고 묻자, 대검 관계자는 ‘조 지검장은 (윤 전 팀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다. 당시 동석한 조 지검장의 부인도 윤 전 팀장의 보고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고 답했다. 조 지검장의 부인이 결정적인 증인이라는 말인데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주장인가. 부인의 말을 어떻게 믿나. 남편 위하는 말만 할 텐데. 감찰위원회 회의에선 그런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윤 전 팀장에게 중징계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 감찰위원들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를 비롯한 감찰위원들 대부분 보수인사들이다. 윤 전 팀장에게 중징계를 줘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위원은 단 2명이었다. 나머지 가운데 2명은 ‘중징계는 너무 과하다’고 했고 1명은 ‘윤 전 팀장에게 징계 자체를 주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윤 전 팀장에게 경징계 내지 무혐의를 주려고 했던 위원이 조금 더 많았다.”
—검찰 측 결정대로 감찰위원들도 조 지검장에게 무혐의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나.
“전혀 아니다. 감찰위원 6명 중 4명 정도가 조 지검장에게도 검찰총장 급에 해당하는 경고를 줘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감찰위원회 위원장께서도 회의 말미에 ‘윤 전 팀장은 경징계로 하자. 박 부팀장은 우리가 특별하게 뭘 묻기는 힘드니까 경고 수준으로 넘어가자. 조 검사장도 나름대로 책임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사견을 말씀하시더라. 나머지 감찰위원 일부는 조용히 수긍하고 나머지는 고개를 끄떡끄떡 했다.”
—검찰은 감찰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윤 전 팀장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한다.
“웃기는 소리다. 회의가 예상외로 길어지니까 결국엔 감찰본부장이 나서서 ‘2주 후에 논의하죠’라고 했다. 그래서 몇몇 감찰위원들도 저녁시간도 다 됐고 하니 ‘그러죠. 오늘 뭐 힘 뺄 일 있나요’하며 일어섰다. 감찰회의가 보통 2주 간격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나 역시 ‘오늘 결론을 못 냈으니 2주 후에 다시 하려나보다’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감찰위원회 회의가 결론을 못 낼 경우 검찰 측이 임의로 결론지을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감찰위원회가 왜 필요한가. 보통 위원장이 ‘오늘 안건은 이렇게 결론내기로 했다’고 말하면 감찰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이의제기가 없어야 한다. 그렇게 해왔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검찰본부장과 감찰위원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2주 후에 의논하자’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하던데.
“아니다. 생생하게 기억난다. 감찰본부장이 ‘2주 후에 다시 논의하죠’라고 하자 어차피 시간도 꽤 됐고, 이야기해봤자 결론도 안 날 것 같아서, 다음에 다시 하자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위원장도 이에 동조했던 걸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감찰위원들도 윤석열 전 팀장 문제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얘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검찰 측이 윤 전 팀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설마 했는데 검찰이 그런 식으로 뒤통수 칠 줄은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찰회의 직전에 검찰 상부에서 지령이 내려온 것 같다. 감찰위원장도 크게 당황했을 거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위원장이 회의말미에 윤 전 팀장, 조 지검장 모두에게 조금씩 잘못이 있다는 쪽으로 정리하는 발언을 했다. 위원장 나름의 노련미를 발휘해 감찰위원들 사이서 격론이 벌어진 걸 조정해서 다음 회의에 다시 논의하기를 기약했는데 덜컥 검찰이 중징계 결정을 내려버리니 위원장은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것도 감찰위원회의 결정을 따랐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결국 여론이 감찰위원장까지 비난하고 있지 않은가.”
—끝으로 검찰 측에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그날 감찰위원회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는데 왜 검찰은 감찰위에서 결정된 일이라고 발표하는가. 명백한 사기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자료 요청도 거부…진짜 수상하다
검찰의 윤석열 전 팀장 중징계 사태로 수면 위로 떠오른 감찰위원회(감찰위)에 대해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찰위는 검찰에서 지명한 검사 2명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한 변호사, 법학 교수 직군에서 5명이 선발된다. 법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학식이 풍부한 교수나 재계 관계자도 상황에 따라 감찰위원으로 발탁될 수 있다. 지난 8일 감찰위에서는 외부인사 6명과 내부 인사 1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위는 심의기구로서 검찰은 감찰위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만큼 감찰위의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감찰위원들은 신중한 결정을 위해 대검 감찰본부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감찰본부는 감찰위가 요구하는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지난 8일 감찰위 측이 윤 전 팀장, 조영곤 지검장에 대한 구체적인 감찰 내용을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두 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감찰본부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설명 없이 감찰위에 협조하지 않은 사례는 이례적”이라면서 “석연찮은 과정에서 내려진 감찰본부의 결정은 전적으로 위법하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