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노량진 고시원에서 살았다는 이 아무개 씨(여·26)는 “내가 직접 확인한 사람만 해도 6명(자살자)이나 된다. 시험날짜나 합격자 발표일이 가까워질 때면 유독 자살사건이 많았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경쟁자로 보이고 마음 터놓을 곳이 없으니 결국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고시원 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하나같이 사고가 없었던 곳이라 말하지만 한 건물에서 3명이나 죽어나간 곳도 있다. 노량진 수험생들 모두 자살괴담 하나씩은 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9급 세무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30)도 자살이라는 단어에 무서울 만큼 덤덤했다. 김 씨는 “방안에서 죽었든 나가서 죽었든 노량진 주변에서 자살자가 한 명도 없는 고시원은 드물다. 다들 쉬쉬하지만 수험생 사이에서는 정보가 공유된다. 유난히 방값이 싸다거나 총무가 자주 바뀌는 고시원은 백발백중 사고가 있었던 곳”이라며 “어떤 고시원은 수험생이 행거에 목을 매달고 죽자 모든 방에서 행거를 제거하는 공사를 했었다. 자살사건이 일어나면 약간의 시설수리를 한 뒤 이름을 바꾸고 새로 학생을 받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젠 자살사건이 발생해도 수습보단 입단속 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강원랜드 인근의 모텔에서 자살자가 발생하면 구급차가 사이렌도 울리지 않고 조용히 시신만 처리해 가는데 이곳도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소문날 것을 염려해 낮에 시신을 발견해도 늦은 밤까지 신고를 미뤄 어둠을 틈타 조용히 119를 부르는 일도 자연스럽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고시원 주인들은 죽을병만큼이나 자살을 두려워한다. 몇 번 못 볼 꼴을 본 사장들은 방에서 안 나오는 학생이 있을 경우 직원을 불러 확인하게 할 정도다. 직원도 관리를 도와주는 대신 방세를 내지 않고 머무르는 공무원 준비생들인데 이런 일을 한 번 겪으면 더 이상 공부를 할 수가 없어 결국 노량진을 떠난다”며 “소문을 들어 어디서 몇 명이 죽었는지 알고는 있긴 하지만 생계가 달려있으니 방 구하는 사람들에게 차마 소식을 알려주진 못하겠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서울 동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수험생 자살률을 따로 통계내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계산할 순 없지만 잊힐 만하면 신고접수가 들어오긴 한다. 우리로서도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