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했던 정 아무개 씨의 자전적 소설 <빠리의 나비부인>.
그날 밤 정 씨는 유명목사에게 전화를 받았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오늘 저녁에 참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서 무척 행복하고 즐거웠다. I Love You”라고 하는 말도 듣기도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사랑은 93년 8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이어지게 된다.
책에 따르면 유명목사는 정 씨를 각별하게 챙겼다. 자신이 밤새 기도하면서 떠오른 이름을 정 씨에게 지어주기도 하고 집회가 끝나면 어김없이 정 씨를 만나 사랑을 나눴다. 스위스에서 만난 어느 날 밤 유명목사는 그녀에게 “많은 여성들이 내 손 한번 만져 보고 싶어서 야단인데 너를 이렇게 처음부터 사랑하게 되었으니 나도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너도 나를 사랑해 달라”고 속삭였다. 이후 유명목사는 정 씨와 프랑스 라데팡스의 한 호텔에서 또 다른 밤을 맞으며 떠나는 순간에 자신이 입고 있던 잠옷을 그녀에게 주고는 “다음에 만날 때까지 잘 간직하라”고 일러두었다.
책에 따르면 유명목사는 서울에 돌아와서도 매일 정 씨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6월경에는 직접 파리로 날아와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된다. 이 자리에서 유명목사는 준비해 온 반지를 그녀에게 끼워주며 하나님께 기도를 올리며 둘만의 ‘비밀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진심어린 그의 고백에 정 씨는 행복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응답했다. 이윽고 유명목사는 “외국에서 설교해서 받은 돈이니 네게 줘도 된다”며 그녀에게 용돈을 주기도 했다.
7월까지 이어진 두 사람의 애틋한 만남은 8월말에 이르러 점점 파국으로 다다르고 있었다. 유명목사의 태도가 조금씩 변했기 때문. 두 사람이 ‘마지막 밤’을 보낸 이후로 유명목사는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연락이 끊긴 지 21일째 되는 밤 전화가 왔으나 유명목사는 자신의 힘든 상황을 얘기하곤 전화를 끊었다. 누군가 두 사람이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을 녹음해 목사 부인에게 보내 꼼짝 못하고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씨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2월 초 “사정이 이러니 그리 알고 다시 연락할 수 있을 때 연락하겠다”는 연락을 끝으로 영영 연락을 끊어버린다.
정 씨에게 이별의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연락을 준다던 유명목사를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건 끝없는 기다림과 주변의 헛소문뿐이었다. 목사 주변에서는 “그녀는 미친 여자다. 그래서 헛소리 하고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이어지며 문제를 덮으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유명목사와 몇 번 얼굴을 마주치는 기회가 있었으나 유명목사가 끝내 외면해버리자 정 씨는 극도의 분노에 사로잡히게 된다. 정 씨는 “권력과 돈으로 약자를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치고 시간을 끌어 제풀에 꺾여 버리게 만드는 그런 행동은 어느 성경 구절에 나오는 행동인지 그들 모두에게 묻고 싶었다”며 울분을 토한다. 이후 정 씨는 신앙에 열중하며 이별의 고통을 감내해 나간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