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김무성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유출 의혹과 관련,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구윤성 인턴기자
이 발언을 들은 민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박지원 의원은 “여당의 선거대책본부장이 찌라시를 짜깁기해 발표했다면 이건 찌라시에 의해서 탄생된 찌라시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선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대선을 코앞에 둔 엄중한 시기에 찌라시를 보고 연설한다? 찌라시가 만들어준 정권, 앞으로 더욱 신뢰할 수 없겠군”이라고 비꼬았다. 김현 의원은 트위터에 “찌라시 제공처=국정원, 최고정보기관에서 찌라시도 만드나요?”라며 김 의원 발언의 출처를 국정원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김 의원 발언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검찰에서도 김 의원의 찌라시 발언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고위 인사는 “찌라시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을 리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김 의원이 부산 유세에서 말했던 내용과 국정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회의록 일부가 일치한다. 김 의원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지난 6월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입수해서 읽어봤다”고 밝혔던 점을 감안해 말을 바꾼 부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간다는 방침이다.
설령 김 의원 말이 사실이라면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국가가 2급으로 분류한 기밀문서다. 국가가 기밀로 지정한 문서 내용이 어떻게 시중에서 흔하게 유통되는 찌라시에 담겨 있는지를 납득할 만한 국민은 별로 없을 듯하다. 만약 국정원이 해당 문서를 고의로 찌라시에 흘리는 등 모종의 역할을 했다면 이는 심각한 국기문란 사태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국가 기밀문서가 찌라시에까지 새어나갈 정도로 관리가 엉망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에 <일요신문>은 찌라시를 만드는 사설 정보 업체 네 곳의 협조를 받아 김 의원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를 꼼꼼히 살펴봤다.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제작된 찌라시를 모두 확인해본 결과 김 의원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대목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NLL’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봤지만 관련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한 사설 정보 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찌라시 제작 및 유통은 불법이다. 만약에 대화록 내용이 찌라시에서 유통됐다고 치자. 그럼 국가에서 우릴 가만히 내버려뒀겠느냐”면서 “김 의원이 애꿎은 우리 업체들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김 의원 말은 100% 허위다. 혹시 몰라서 우리가 만들었던 찌라시를 모두 찾아봤는데 그런 내용은 없었다. 다른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카더라’가 대부분인 찌라시에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들어갈 리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