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딸 정연씨의 결혼식에서 신부를 에스코트하고 있는 노 대통령. 그는 최근 사석에서 퇴임 후 ‘직업 주례’로 나설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 ||
당시 이 자리에선 정치자금 문제가 화두로 떠올라 자연스럽게 돈 얘기가 오고갔는데 노 대통령은 “고기집(음식점 ‘하로동선’)도 해보고 보험도 해봤지만 잘 안됐고, 물장사(장수천 지칭)는 대형 프로젝트였는데, 대형 사고를 냈다”며 그동안 ‘실패한 사업’에 대한 회한을 풀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반 농담조로 “아직도 사업에 대한 집착이 남아 있다”며 “대통령 마치고 나서 돈 한번 벌어봐야겠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퇴임 후 구상하고 있는 ‘사업’은 과연 무엇일까.
노 대통령은 정계 입문 전에 변호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를 지낸 사람이 일선 변호사로 지낸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
노 대통령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비친 ‘퇴임 후 사업’ 중 하나는 다름 아니라 ‘직업 주례’인 것으로 전해진다. 생면부지인 신랑 신부의 주례를 서기 위해서 신랑 신부나 그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얘기도 나누고, 고전작품 등을 참고해서 정성껏 주례사를 만들어 품격 높은 주례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 그리고 사업이 잘 되면 어차피 일손이 필요한 만큼 ‘직업 주례 회사’까지 차려볼 생각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노 대통령이 이런 구상을 갖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기 주례’로 소문나 있었다. 그래서인지 종종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는 것.
한 예로 ‘노심’(盧心·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청와대 386세대 핵심 참모 중 한 명인 천호선 정무기획비서관 부부의 결혼식 주례도 바로 노 대통령이 맡았다. 천 비서관이 학원강사로 일하던 지난 91년, 부인이 노무현 의원실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 인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일 노 대통령이 직업 주례로 나선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비록 7개월 전이기는 하지만 지난 5월 여론조사 잡지 <월간 복스>가 전국 남녀 대학생 9백57명(남 5백28명·여 4백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결혼식 주례는 누구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에 17.7%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지목, 주례감 1위로 꼽히기도 했다. 당시의 인기도가 퇴임 후까지 이어진다면 노 대통령은 ‘직업 주례’‘로 성공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주례사에는 대체 어떤 내용이 담길까. 이에 대해선 노 대통령이 지난 94년에 쓴 <여보, 나 좀 도와줘>라는 고백 에세이에서 언급했던 것을 참고할 만하다.
노 대통령은 “요즘 가끔 결혼 주례를 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마땅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고 딱 한마디로 추리려면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이 이야기만 한다. ‘너무 큰 기와집을 짓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불안해하지도 마십시오. 20년쯤 지난 선배로서 내게 결혼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냥 ‘신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고 밝혔다.
‘직업 주례’ 이외에 노 대통령이 구상하는 또 다른 ‘퇴임 후 사업’은 일종의 ‘실버사업’(?)으로 전해진다. 은퇴한 인력이나 노인층을 활용해 운영하는 ‘주말 농장’이나 은퇴한 노인들이 모여 청소년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교육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구상은 이미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부터 가슴속에 품어왔다는 후문. 어린 시절 ‘깡촌’에서 자란 노 대통령의 농촌에 대한 향수와 일거리를 잃는 노령 인구에 대한 걱정이 함께 묻어나는 구상인 셈이다.
앞으로 4년여 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사업 구상을 과연 현실화시킬 수 있을까.